페이스북서 결혼빌미 접근 ‘로맨스 스캠’ 사기단 검거
거액유산 상속자 등 행세… 한국인 41명 6억원대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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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로맨스 스캠 SNS 계정.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페이스북 사용자인 한 남성은 지난 5월경 백인 미국 여성으로부터 친구를 맺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남성이 호기심에 친구 요청을 수락하자 여성은 30대이며 현재 시리아에 파병 중인 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됐다는 여성은 군부대에서 찍은 사진과 셀카 등을 보여주며 수시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렇게 2주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메시지로 사랑을 속삭일 정도로 가까워졌고 미래까지 약속하는 사이가 됐다. 여성은 곧 파병을 마치고 한국에서 남성과 함께 살겠다고 했고 지인을 통해 모아둔 현금을 남성에게 보내겠다고 했다.

여성의 말대로 며칠이 지나 한국말에 능숙한 외국인 남성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통관비로 250만원이 필요하다”고 돈을 요구했고 남성은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 수상한 느낌이 든 남성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250만원을 잃은 뒤였다. 결혼까지 약속했던 미군 여성은 알고 보니 해외 사기조직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었고 통관비를 요구하던 외국인도 사기꾼과 한통속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SNS 사용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사기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로맨스 스캠 사기를 벌인 혐의(사기)로 A(42) 씨 등 나이지이라 국적 2명을 붙잡아 이 중 1명을 구속했다.

A씨 등은 이 수법으로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한국인 피해자 41명으로부터 6억 4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해외에 있는 사기 조직은 페이스북 프로필에 도용한 사진을 올려놓고 여성 또는 남성들에게 친구신청을 하거나 쪽지를 보내 접근했다. 이들은 자신을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에 파병된 군인이나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자산가로 소개하며 상대방에게 “보고 싶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 환심을 샀다. 은밀한 대화를 나누며 연인처럼 가까워지고 신뢰를 쌓은 뒤 본색을 드러낸다. 이들은 외국에선 송금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물품이나 달러를 국내 피해자에게 보내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해외 조직원들은 국내에 있는 A 씨 등에게 지시를 내려 세관원이나 배송업체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물건이 한국에 도착했는데 들여오려면 통관비 등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런 수법으로 A 씨 일당에게 속은 사람은 남성 28명, 여성 13명 등 모두 41명이며 피해자들은 20~70대까지 다양했다. 개인별로 적게는 200만원부터 최고 1억 300만원까지 이들의 꾐에 넘어가 입금했다.

이성선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페이스북 등에서 만난 낯선 외국인이 친구 요청을 하며 접근하면 일단 의심하고 친구 수락을 해선 안 된다”며 “달러 등 물품 배송을 이유로 금품을 요구하면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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