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흥 대전소방본부 예방안전과장
[투데이춘추]

영국 런던 그렌펠타워 아파트 화재로 80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한지 딱 한 달 만인 이달 14일 미국 하와이 마르코폴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의 사망자와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연이어 발생한 두 아파트 화재의 공통점은 각각 1974년, 1971년에 지어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라는 점이다.

대전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아파트가 883개 동이 있다. 2005년 스프링클러 설치 법령이 강화되기 이전에 건축된 아파트로 전체 아파트(3198개 동)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는 883개 동 아파트는 모두 15층 이하의 비교적 저층 아파트로 90년대 둔산·월평동 등 서구 지역 아파트 건축 당시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 아파트의 화재안전관리 현황은 어떠할까?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우리나라 아파트의 방화력(防火力)은 높은 수준이다. 기본 구조가 철근 콘트리트 구조인데다 각 세대마다 방화구획이 돼 있고, 외벽 마감재도 불에 타지 않는 콘크리트 재질이기 때문에 화재 시에도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처럼 화재확산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건물 외장재가 가연성 재질인 고층 건축물은 대형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12년 건축법을 개정했다.

30층 이상 건축물에는 외장재로 반드시 불연성 재료를 사용해야 하고, 화재 시 안전한 대피를 위해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승강기 설치도 의무화했다. 3년 뒤 의정부 화재사고를 겪으며 불연성 마감재 의무사용 대상은 6층 이상의 건축물로 더욱 확대 됐으며, 화재가 인접 건물로 쉽게 확산되지 못하도록 건축물 간에는 일정 거리를 확보토록 했다.

이러한 법령 강화 이전에 건축된 노후 고층 건축물들은 관련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연간 두 번의 소방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런 점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소방본부 자체 위원회를 통해 선정된 화재취약 고층 건축물에 대해서는 소방특별조사팀이 특별점검을 실시해 옥내소화전,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소방시설의 정상작동, 피난시설의 유지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官)의 대책 마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 불이 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것이다. 시민의 자율적인 화재예방 관심을 통해 백전백생(百戰百生)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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