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자기만의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게 가장 현실적이었죠"

"처음부터 은수가 죽을 걸 알고 시작했지만, 어떻게 죽는지는 몰랐어요. 물론 죽은 게 아쉬웠지만 드라마 흐름 상 좋은 몫을 하고 퇴장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역시 후유증은 있네요."

tvN 주말극 '비밀의 숲'에서 불나방 같은 신참 검사 영은수 역을 맡아 호평받은 배우 신혜선(28)을 최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났다. 은수는 23일 방송에서 '진범'의 정체에 다가간 대가로 결국 살해당했다.

신혜선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겁도 없이 여기저기 달려드는 은수 캐릭터에 대해 시청자의 호불호가 갈릴 것은 예상했지만 '영또'(영은수 또라이)로까지 불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그는 "그래도 '영또'는 귀엽게 불러주신 것 같고 오히려 '불나방'이라는 별명이 은수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들은 다 밝았는데, 은수는 어두운 느낌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직진하는 은수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감정에 몰입하다 보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어요."

신혜선은 진범의 정체가 윤과장(이규형 분)으로 드러났을 때를 가장 충격적인 반전으로 꼽았다.

그는 "촬영할 때도, 나중에 방송으로 봤을 때도 소름 돋았다"며 "규형 오빠가 현장에서도 끝까지 자기가 진범인 걸 숨겨서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또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서동재(이준혁)에게 목이 졸리는 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된 이창준(유재명)을 찾아갔다가 좌절하는 신 등을 꼽았다.

"은수가 동재를 찾아가 목이 졸리는 장면 이후에 '영또'라는 별명이 더 생겼던 것 같아요. 그만큼 강렬하고 어려운 신이었죠. 또 창준을 찾아갔다가 박대당하고 나와서 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열이 받았어요. 제가 은수였다면 정말 미치고 펄쩍 뛸 순간이었죠."

신혜선은 황시목을 연기한 조승우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군더더기 없고 늘 의지가 되는 선배님"이라며 "극에서도 은수에게 시목은 유일하게 기대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현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이었다"고 설명했다.

배두나에 대해서는 "자주 뵙진 못했지만 검찰 세트장은 촬영 분위기가 진지하고 무거웠는데 배두나 선배님이 가끔 오실 때마다 환해졌다"며 "자주 오셨으면 했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극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뭐였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정의'라고 답하며 "모든 인물이 각자 자기만의 정의를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모두가 동기를 가진 용의자가 된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의롭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기만의 신념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혜선은 2013년 KBS 2TV '학교 2013'으로 데뷔해 이제 연기 5년 차를 맞은 '기대주'다. 그러나 영화 '검사외전'(2016), '하루'(2017)와 드라마 '고교처세왕'(2014), '오 나의 귀신님'(2014), '그녀는 예뻤다'(2015), '아이가 다섯'(2016), '푸른바다의 전설'(2016) 등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며 "연기를 스물넷, 다소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데뷔를 한 후에도 늘 불안감이 있었다. '아이가 다섯'을 통해 막 사랑받기 시작해서 쉬고 싶지가 않다"고 말했다.

신혜선은 차기작으로 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을 선택했다.

그는 "20대 후반에 현실에 나와 사회의 벽에 부딪힌 여성을 연기할 예정인데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출연을 결심했다"며 "또 한 번 즐겁게 부딪히고 싶다"고 말했다.lisa@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