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리나 씨가 모국에서 어머니가 보내온 아이 옷 선물을 보면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7) 3. 내 사랑 자리나 씨

금의환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끄러운 모습만은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자식 마음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자리나(31·여) 씨는 결혼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 모국을 한번도 찾아가지 못했다.

시간제 택배일을 하는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시어머니 병원비에 두 딸 교육비까지, 당장 먹고 사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수년전 사업을 하다 남편이 진 빚도 수천만원인 데다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도 수개월째 밀려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자신 혼자만을 위해 누구한테 빚을 지면서까지 비행기를 탈 수는 없다는 자리나 씨다. 조금만 형편이 나아지면 찾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지만 유난히도 긴 시간에 마음이 쓰려오는 건 그도 어쩔 수 없다. 3개월에 한번, 1년에 한번 부모를 만나러 해외를 간다는 친구들 얘기를 들을 때면 자리나 씨는 애써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돌리곤 한다. 자리나 씨는 “당연히 가고 싶다. 부모님을 보고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면서도 “아직은 준비가 안돼서 못간다. 그래도 결혼했으니 선물도 가져가고 부모님께 돈도 드리면서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 모습이 아직 준비가 안됐다. 행복하게 갈 수 있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남편 문식 씨는 “아내가 외로움을 많이 탄다. 경제적 형편이 좋지 못해 결혼 후 한번도 모국방문을 시켜주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자리나 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등학교 역사교사이자 시인이었다. 대학 다닐 때는 문학상도 휩쓸었으며 그의 시가 라디오에서 정기적으로 방송되고 책도 두권이나 낼 정도로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4개국어를 할 정도로 공부에 대한 욕심도 많은 자리나 씨지만 형편이 어렵다보니 그 모든 생각은 다 멈춰놓은 상태다.

백내장으로 눈의 피로도 높은 데다 아이들 돌보는 데 전념하느라 자리나 씨는 어느샌가 자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글 쓰고 시 쓰면서 모든 열정을 쏟으면서 살았다”며 “그런데 가정을 꾸리고 사랑스러운 아기들이 생기면서 조용히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때로는 너무 마음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리나 씨는 가족이 있어 늘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남편이 제 마음 이해하고 받아줘 항상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가족이 있어 어렵지만 앞으로 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28일자 1면에 4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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