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교통안전공단 충북지사 차장
[시론]

며칠 전 청주시 옥산면사무소 앞 초등학생 교통사고 사망지점을 방문했다. 사망지점에는 그 학생이 평상 시 좋아했던 빵과 사탕이 그 어린이를 추모하기 위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기성새대가 잘못으로 보도가 거의 없는 도로구조 탓에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우측으로 진행하다가 사망했기에 교통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에 그지 없다.

더군다나 사고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동영상 복원이 안 되어서 교통사고 원인을 명확히 알 수는 없는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어린이 보행사고가 다시는 발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 한 가지만 호소하고자 한다.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도로에서는 차량을 마주보면서 걸어가는 좌측보행이 최고"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980년대 이후 줄곧 1만명을 상회하였으나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7,000여명대로 줄어 들었고 2016년도에는 4,292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교통사고 사망자 지표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인구 10만명당 보행자 사망자수는 3.9명으로 OECD 평균의 1.2명의 3배 이상에 달하고 있다. 이렇듯 보행자 사망사고가 많은 것은 어린이와 노인 등의 교통약자 교통사고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통약자의 교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 중에 한 가지는 보도 폭의 협소와 보도와 차도의 미분리 등으로 보행자가 보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의 폭이 협소하거나 차도와 분리되어 있지 않아 차량과 상충이 발생하고 입체 보행시설 횡단보도의 부족 등으로 무단횡단이 빈번히 발생하여 보행편의 시설의 부족 및 자동차에 우선하는 설계와 운영기법으로 보행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차량중심의 생활도로 공간이용으로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생활도로는 마을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하나 차량의 소통, 주차기능으로 잠식되어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교통사고가 발생된 청주시 옥산면 도로에서의 초등학생 사망사고도 위와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여 많은 이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사고구역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하여 교통안전정책의 부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노인보호구역을 확대하는 것 못지 않게 실질적으로 보호구역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주변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보도폭이 협소하고 보차 미분리된 도로는 일방통행로로 전환하여 보도폭을 확보하는 등 개선안은 장기적인 사고예방 대책이다. 사람의 신체 구조상 오른쪽 다리가 왼쪽 다리보다 길기에 육상 트랙을 돌 때에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워 우측보행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렇게 보차도가 미분리된 도로를 진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차량을 보면서 걸어가는 보행자는 좌측보행을 해야만 교통사고로부터 더욱 안전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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