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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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버릴 것이 거의 없었다. 모든 것은 자연에서 출발해 자연으로 돌아갔다. 나무와 돌, 흙으로 만든 집은 부서지면 다시 흙의 품에 안겼다. 먹다 남은 음식물도 동물의 먹이로 현신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완전한 소진이자 재탄생의 윤회였던 것이다. '쓰레기'라는 말은 근대화 이후 나일론, 비닐, 플라스틱, 콘크리트를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쓰레기가 많다는 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찌꺼기다. 일찍이 지금보다 더 따뜻한 겨울을, 지금보다 더 시원한 여름을 보낸 적은 없었다. 물질문명의 다양한 이기(利己)를 많은 사람들이 즐긴 결과가 바로 쓰레기다.

▶한 사람이 평생 배출하는 음식 쓰레기의 양은 8.5t쯤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50여t이고 그 중 3t을 배설한다. 그 양(量)이 가난한 나라는 150㎏, 부유한 나라는 1000㎏ 정도라고 한다. 한국 전체로 보면 하루 1만3000t이 버려진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5조원이다. 한때는 쓰레기의 90%가 매립되고 10%만 재활용됐지만 1985년 정부가 쓰레기 처리비용을 사용자 부담원칙으로 바꾸면서 거꾸로 됐다. '먹고 싸고 버리고'의 문제는 이제 공해 수준이다. 골목마다 악취가 진동한다. "우리가 언제 저 많은 걸 먹고, 쓰고, 버렸지?"하며 깜짝깜짝 놀란다. 일평생(24억7557만6000초)의 여정 동안 사용하고 만들어낼 모든 토사물들을 한번 상상해보라. 끔찍하다.

▶쓰레기 정보도 넘쳐난다. 정보 소비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가치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 인터넷 웹사이트들은 사용자를 어떻게든 더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온갖 화장술을 동원해 현혹한다. 그래서 인생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쓰레기 정보들이 넘쳐난다. 가장 큰 메리트는 공짜라는 것. 원한다면 뭐든지 공짜로 가져가라고 한다. 하지만 공짜 정보는 가짜다. 쓰레기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에 업체는 사용자의 시간을 담보로 돈을 벌고 있다. '이 정도의 시간은 써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소비한 시간들의 총합이 인생을 갉아먹는다.

▶'못 쓰게 되어 버린 물건'이 쓰레기다. 이제 쓰레기는 땅속, 바다 속까지 가득 찼다. 문제는 쓸모가 없어 버려졌으나, 그들의 생존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스티로폼(분해되지 않음), 유리병(100만년), 고기잡이 그물(600년), 일회용 기저귀(500년), 합성수지(500년), 페트병(450년), 알루미늄캔(200년), 철깡통(100년), 건전지(100년), 나일론(40년), 일회용 종이컵(30년) 등은 ‘십장생(十長生)’이 되어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버려지는 건 쓰레기가 아니라 양심이다. 쓰레기의 양이 커질수록 비양심의 질량도 커진다.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인간 쓰레기’들. 지구가 더워지는 동시에 더러워진다 해도 탓하지 마라. 자업자득이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모으면 자원이 되기도 한다. 진실은 쓰레기 속에 있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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