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선우 충남본부 부장


▲ 사진=곽현정 맑은마음상담센터 대표 페이스북
한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이 공직사회에 전하는 울림이 크다.

사진은 휴대폰 카메라로 좀 어설프게 찍었지만, 지난 16일 천안지역 폭우 피해 현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듯 보기에는 폭우로 진흙탕이 된 현장에 동네 주민들이 나와 복구작업을 하는 모습이다.

이 사진을 자세히 보면 낯익은 얼굴이 있다. 주민들 속에 섞여 있는 생활 한복을 입고 있다. 바로 김지철 충남교육감이다.

이 사진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람은 ‘맑은마음상담센터’ 곽현정 대표다.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천안시 북면 은석초등학교 폭우 피해 현장이란다. 김 교육감은 이날 일요일을 맞아 천안에서 교회 예배를 마치고 부인이 운전하는 차로 이동하던 중 은석초 진입로가 막힌 것을 보고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 장면을 곽 대표와 남편이 은사인 김 교육감을 알아보고 지나다 우연히 찍었단다.

이 사진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매우 묵직하다. 김 교육감 주변에는 교육청 직원이나 수행비서, 교육감의 연락을 받고 나온 관계 기관 공무원은 안 보인다. 사진은 ‘우리 아이들이 등교해야 하는 학교 앞길이 폭우로 막힌 것을 보고 무작정 현장으로 뛰어든 선생님’이 한 분만 보인다. 그리고 충남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감의 마음과 시선이 늘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천안·아산, 충북 청주 등에 폭우가 쏟아진 이후 기자의 이메일에는 여러 기관의 장들이 폭우 피해 현장을 찾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사진이 꽤 많이 들어왔다.

아쉽게도 대부분은 폭우 피해 다음날이나 이틀이 지난 뒤 현장을 방문한 사진이었다. 또 사진 속 기관장들은 관계 공무원들을 병풍 삼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피해주민들의 설명을 듣는 구도가 많다. 위정자나 목민관에 대해 백 마디 말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우연히 찍힌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사진 한 장이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뒤늦게 시간 잡고 공무원들이 ‘세팅’한 장소를 찾은 일부 기관장들의 사진들을 받아보니, 허름할 정도의 생활한복에 진흙이 잔뜩 묻은 등산화를 신고 주민들과 섞여 있는 김 교육감의 모습이 더욱 빛나 보인다.

이선우 충남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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