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손병관 청주의료원장

월요일 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어오신 미화 여사님께서 '비 피해는 없으셨나요?' 하신다. 다행히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여사님은요?'하고 여쭈니 '딸네 집 아래층에 물이 들어와 그것 정리하느라 매우 힘들었다'고 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부터 안부를 물어 오는 여러 통의 전화와 문자가 있어 '괜찮다'고 답은 했지만 이번 폭우로 인한 청주지역의 피해는 너무 크다. 신문기사의 제목들이 그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시간당 90㎜ 물 폭탄, 청주, 무섭게 내렸다', '하늘이 뚫렸다. 청주 22년 만에 물난리'. 이 난리의 결과로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도 매우 커 국무총리께서 피해지역을 둘러보고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추진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날씨가 확실히 이상해졌다. 오랜 가뭄으로 목이 타 들어가다가 갑자기 이런 국지적 폭우로 피해를 입는 상황은 기후 변화의 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미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었다고 하고 이런 국지적 폭우가 동남아에 있는 스콜이라고 하는 데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의 특징이 삼한사온이라고 배웠으나 그런 것은 없어진지 오래고, 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라고 자랑도 많이 했으나 봄과 가을은 너무 짧아져 여름과 겨울만 있는 기후로 바뀌었다고까지 한다. 잦은 오존 주의보 발령, 황사와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 등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언급은 우리들 귀에 자연스럽고 마스크 착용도 일상생활화 되었다.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가 세계 기온 상승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이다. 한 때 제주도 특산이고 제주도민의 중요한 수입원이었던 귤 재배가 한반도 남부지역에서도 된다고 한다. 바나나나 파인애플 같은 열대성 작물의 재배가 가능하다고도 한다. 유명했던 대구 사과가 이제는 그 지역보다 북쪽인 경기도에서 더 잘 자란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자연히 일부 식물들은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변화에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식물을 인공 재배해 심기도 하고, 기후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지표 식물도 파종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도시의 폭염으로 심장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노인층을 중심으로 질병율 및 사망률을 증가시켜 몇 년 전 여름 유럽을 강타했던 폭염으로 인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7만 명이 숨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열대지역 질병이 관찰되고, 알레르기질환 증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입증됐다. 피부암의 증가, 백내장 증가 등도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이 보고되고 있다.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한 분이 우리 의료원 영안실에 모셔졌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의 애통함을 생각하며 담당 팀장에게 예의를 다해 모시도록 부탁했다. 많은 재산을 잃고 힘들어 하시는 이재민들께도 위로를 드리며 조속한 복구를 기대한다. 이런 일을 당하면서 중앙정부는 정부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사회 각 분야에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자연스레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공익광고가 생각났다. '자동차 가속기를 밟지 말고 자전거 페달을 밟으세요, 방안 온도를 올리지 말고 의복의 지퍼를 올리세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잡지 말고, 계단 손잡이를 잡으세요. 시장 본 물건을 비닐봉지에 담지 말고 시장바구니에 담으세요. 자동차 시동을 걸지 말고 걸음을 걸으세요' 그리고 이런 것들의 실천이 이산화탄소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해 우리가 할 일들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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