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은퇴가 시작이다]

글 싣는 순서 
上. 베이비붐세대 과학자 본격 퇴직 
中. 사장되는 고급인력들  
▶下. 은퇴과학자 국가가 키워야 

연구원 정원 자율권 부여 우수연구원 확대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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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은퇴과학자 활용을 위한 국가차원의 큰 그림이 요구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만 봐도 고경력 과학기술인 육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노벨상 생리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과학분야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72세다. 국가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 속에 나이에 관계없이 연구를 이어가면서 진전된 성과를 창출해낼 수 있던 것이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장은 “은퇴과학자의 경력과 기술을 활용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국가적 자산을 버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자들은 우선적으로 은퇴과학자를 향한 정부와 지자체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활용과 지원의 의미를 구별해야 한다”며 “그동안 고생했으니 정부가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적극적인 활용이 아니다. 평생 쌓아서 만든 아이디어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원로과학자를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주요 시각이다. 이정순 과학기술연우연합회 수석부회장은 “정부부처에 은퇴과학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있기는 행정적인 절차도 복잡한 데다 제약도 많다”며 “자기 분야에서 유연성을 갖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원로과학자를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퇴과학자 활용을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도 요구된다.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법률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정부가 일괄적으로 정원을 관리 중이다. 연구기관 입장에서는 은퇴과학자 등 필요한 인력이더라도 이같은 제약에 묶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정년 후에도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가도록 하는 우수연구원 제도 확대도 요구되는 제안 중 하나다. 박태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출연기관 각각의 특색에 맞게끔 정원 조정 등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은퇴과학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활성화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과학꿈나무를 키우는 현장교육이나 중소기업 혹은 외국 기술원조 등에도 은퇴과학자의 역할이 더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그동안 창업 지원자에서만 머물지 않고 은퇴과학자들이 가진 아이디어를 활용해 직접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퇴연구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국가차원의 과제로 평가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현재 대전 유성구 도룡동에 주거160세대 은퇴과학자 등을 위한 공간인 사이언스 빌리지를 건축 중이다. 이 공간이 단순히 은퇴과학자들의 주거 공간이 아닌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게 주요 시각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고 정부와 협력해 은퇴과학자를 활용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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