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보수원의 현실
도내 77명 … 무기계약직 근무
잡초제거 등 1인당 25㎞ 담당
지급장비는 삽·빗자루가 전부길거리서 도시락으로 끼니해결
月임금 車유지비 포함 190만원

슬라이드뉴스1-도로보수작업.jpg
▲ ⓒ연합뉴스
최근 청주 지역에 300㎜의 폭우가 쏟아져 보수작업을 펼치던 도로보수원이 안타깝게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북도로관리사업소 소속 도로보수원의 현실이 어떤한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망한 박모(50) 씨는 지난 16일 오후 8시20분경 청주 오창사거리에서 폭우로 파손된 도로 보수작업을 마치고 작업 차량에서 휴식을 취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동료들과 경찰이 심폐소생을 시도하며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특히 이날 오전 6시부터 비상소집령으로 인해 12시간 이상 근무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이라는 신분 탓에 공무원법 상 공상처리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재 도내에 77명의 무기계약직 도로보수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 인원은 과거 120명에서 점점 줄어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 업무는 도로변 잡초제거, 차선도색, 제설, 재해 시 피해복구 등으로 1인당 25㎞의 도로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지급되는 장비는 삽과 빗자루가 전부다. 이번 폭우로 토사가 흘러내리고 진흙이 쌓여감에도 그들에게는 어떠한 장비지원도 없었다. 공사현장에 가면 자주 보이는 미니 굴삭기조차 이번 폭우 속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늘 교통사고에 노출된 채 일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토교통부 훈령에 1인당 비포장도로 8㎞, 4차선도로 12㎞라는 담당구역임도 정확히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일하는 도로보수원들이 받는 임금은 한 달에 190만원에 불과하다. 이 임금에는 차량유지비 10만원이 포함돼 있어 그들이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30만~40만원의 유류비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또 한 끼의 식사도 길거리나 마을 정자에서 도시락으로 때워 맘편히 먹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처우 개선에 한 목소리도 높다.

도로보수원 A 씨는 "비록 박봉이지만, 도민들의 편의를 위해 초과근무하는 것은 개의치 않으나 현재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며 “한 기관의 무기계약직임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비를 지원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최소한의 업무 효율성을 늘릴 수 있는 장비 지급이라도 이뤄져야 한다”며 “한 가정의 남편, 아버지들이 과로에 지쳐 쓰러지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임용우 기자 winesk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