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K-water융합연구원장
[경제인칼럼]

최근 몇년 간 마른 장마가 계속됐고, 올해도 6월에 들어서기 전까지 적은 강수량이 예상됐다. 하지만 금년 여름 초 장마 소식은 ‘가뭄의 단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장마 기간에 접어들면 언론 매체에서 수시로 ‘물폭탄’, ‘물난리’라는 말이 나오던 것을 생각하면, 불과 10여년 만에 장마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

날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와 기록이 남아있는 1950년대 이후 한반도의 장마는 주로 6월 하순에서 7월 중·하순까지 평균적으로 32일간 이어지는 기록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는 지속적으로 비가 내리며, 간혹 내리지 않더라도 해를 보기가 어려워 습한 날씨가 계속된다.

구체적인 수치는 찾기 힘들지만 고려·조선시대에도 장마의 기록은 사서에 남아있으며, 학계에서는 대륙과 해양이 현재와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된 2500만 년 전부터 현재와 같은 장마 패턴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장마 기간의 강우 현상을 보면 예년과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짧은 시간 동안 비가 쏟아지고, 이후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날이 맑아지기를 반복하는 ‘소나기성 집중호우’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마라는 어원이 댱(長)+맣(물의 옛말), 즉 ‘기나긴 비’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점이 무색할 지경이다. 오히려 동남아 지역에서 보인다는 스콜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보이면서 기후온난화 현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다.

다른 한 가지는 지역별로 강수량의 차이가 극심하다는 점이다. 장마 전선의 위치와 이동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지만, 금년은 그 현상이 유난히 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보지 못한 ‘T자형 강우 패턴’이 나타나면서 경기·강원·충청 일부 지역은 폭우가 쏟아지고 하천이 범람하는 반면, 영·호남 지역은 빗방울을 구경할 일이 드물다. 지역에 따라 강수량도 ‘부익부 빈익빈’이 된 것이다.

위와 같은 현상이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지속된다면, 수자원 확보 전략의 변경도 불가피하다. 전국 연평균 강수량이 최근 30년간 1300㎜수준이고, 이 중 30% 정도가 1달 정도에 불과한 장마 기간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기간을 수자원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수재해 대비 전략 역시 재고할 필요가 있다. 1시간에 50㎜안팎으로 강력한 집중호우가 지속되면 침수 피해는 물론, 노후한 제방 등이 붕괴하여 인적·물적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기후온난화 현상이 심화되면 우리나라의 장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계절풍(몬순·monsoon)이 더욱 강해져 여름철 강수량이 증가할 것이고, 강도 역시 더 강해지게 될 것이다. 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해에 대한 전방위적인 방비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장마는 전 세계적 측면에서 동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뚜렷한 기상현상이고, 장마철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금년에 일시적인 것인지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연간 강수량의 30%가 집중되는 시기임을 고려한다면,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대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보다도 기후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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