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등 숙원사업, 여·야 뭉쳐야

[수요광장]
변평섭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충청도 사람들은 표현은 안해도 마음 한쪽이 허전했다. 공중파 TV에다 종편방송까지 시간마다 계속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회가 뜨겁게 달아 올랐는데 유력후보는 모두 경상도 출신이었고 충청도 사투리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그리고 성남시장 이재명…. 하도 많이 방송에서 쏟아내는 경상도 사투리에 우리 충청도 사람들은 곧잘 그곳 사투리를 흉내냈다.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도 목소리가 사라진 지는 오래 됐다. 그 결과 충청도는 모든 정당들이 그냥 관리만 잘하면 되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한 때는 충청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고 으쓱했으나 지금은 충청도 때문에 이겼다는 말도 없고, 졌다는 말도 없다.

화끈하게 밀어주지도 않고, 야박하게 깎아 내리지도 않는 특유의 민심 때문이다. 과거 충청권의 구심력을 행사하던 조병옥, 김종필, 이회창 같은 거물들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그러니 장차관에 충청도 출신이 너무 없고 특히 정권 실세는 한 명도 없다는 등 불평을 털어놓을 필요도 없고, 주요 현안사업이 늘 홀대를 받는다며 불평할 필요도 없다.

모두 우리 탓이다. 총리나 장관급 뿐 아니라 고위직 역시 충청도 출신이 드문 것도 문제다. 여기에는 충청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역 인물을 키우는데 단합된 힘을 보이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가 된다.

타 지역 정치인들은 고위직 자리가 생기면 모두가 달려들어 자기 지역 인사를 추천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충청도는 어림없는 이야기다. 그 자리에 갈 자격이 있는데도 충청도 중앙 공무원은 정치인을 잘못 손댔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까 슬슬 피하며 꼬리를 내린다는 것.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네 편, 내 편 편가르기가 심하고 똘똘 뭉쳐 밀어주지도 못하면서 공연히 상처만 입을까 두려워하는 공무원도 많다.

그러니 현안 숙원사업도 충청도는 그저 처분만 바랄 뿐, 여·야 정치인들이 똘똘 뭉쳐 추진하는 게 없다. 그냥 모여서 사진 찍고 성명서나 발표하는 이벤트성 시늉만 보일 뿐 함께 쫓아가 따지고 다그치는 일은 보기 힘들다. 네 편이 앞장 서는 게 내 편은 싫고, 내가 앞장 서면 상대 라이벌이 '잘 해보라지!'하며 빈정대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정말 이래 가지고는 충청도 미래가 걱정이다.

요즘 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것을 계기로 벤처 열풍이 불 조짐이다. 당연히 이것은 과학의 도시 대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전을 4차 산업혁명의 수도로, 그리고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공약만 믿고 감나무 밑에 누워 있으면 잘 익은 감이 입 속으로 떨어질까? 그 동안 공약대로 된 것이 얼마나 될까?

인천 송도밸리는 주위의 생산시설과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대한민국 벤처기지를 자임하고 나섰고, 제주도와 경상남도 창원시도 경쟁에 나섰다. 그밖에도 곳곳에서 의기를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추진 에너지가 얼마나 있는가?

'네가 해서 잘 되겠어?'하며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다가는 또 당한다. 그리고 그때 가서 '충청도 홀대'를 꺼내며 불평만 할 것인가?

제발 사진찍는 이벤트성 시늉이 아니라 편가르지 말고 여·야가 모두 발벗고 나서는 새 풍속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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