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18년만에 노조설립
대전서 을지대병원이어 두번째
설립과정 노사간 마찰 우려도

새 정부가 노동 관련 정책을 중점 추진하는 가운데 사립대병원의 노동조합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동국대 일산병원에 이어 건양대병원에도 개원 18년 만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대전에선 2015년 을지대병원 노조 설립 이후 두 번째다.

17일 전국보건의료노조 등에 따르면 건양대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14일 대전 관저문예회관에서 보건의료노조에 가입원서를 제출하고 건양대병원지부 설립총회를 가졌다. 초대 지부장에는 진단검사의학과 정영준(34) 조합원이 선출됐다. 노조 설립과 관련해 정 지부장은 “임금은 사립대병원 중 최하위 수준이지만 사측이 새 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등 외형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인간존중이 없는 직장문화를 바꿔야 하며 임금·육아휴직 등 근로조건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건양대병원 노조 설립에는 2015년 출범한 을지대병원 노조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미조직위원장은 “지역에 위치한 같은 병원이다 보니 직원 간 교류도 있고 을지대병원이 노조 설립 이후 직원 처우 개선 등 많은 변화가 감지되면서 노조 설립 필요성을 공감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설립 이후 건양대병원 직원들의 노조 가입도 줄을 잇고 있다. 노조 가입 홍보가 시작된 15일부터 현재까지 약 200여명의 직원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노조 설립 과정은 다소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건양대병원 노조는 설립 과정에서 사측과 사전 교감이 전혀 없었고 사측 역시 노조 운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사간 마찰이 빚어질 경우 대규모 파업도 불가피해 자칫 진료 차질 등 환자 불편도 예상된다. 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설립 사실 조차 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통보했다”며 “노조가 주장한 부당노동 행위 역시 사실과 다른 것들이 있어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설립된 만큼 노조 활동을 존중하고 의견을 적극 수렴해 진료 차질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