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여행사나 가이드의 바가지 상혼으로 여행을 망치는 이들도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저가 패키지 상품을 잘못 선택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기형적인 여행으로 울화통이 터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시의 한 자치단체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최근 4박 6일 동안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베트남 하롱베이를 다녀온 뒤 몸서리를 쳤다고 한다. 국내 대형여행사를 통해 떠나는 여행이라 믿고 떠났지만 가이드의 일방적인 옵션(선택관광)과 쇼핑 강요 등으로 여행사에 지불한 돈보다 갑절이나 많은 돈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자질 미달 가이드가 해외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것은 여행사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격증이 없거나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이들까지 무차별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해당국가에 대한 편협한 지식과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해 심각한 역사인식 오류를 초래하게 한다. 또 면세점과 쇼핑센터를 데리고 다니면서 호객행위를 일삼아 여행업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저가상품을 판매하는 일부 여행사들은 상품 가격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관광객 소개비나 쇼핑에 따른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보전한다는 점에서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일명 '메꾸기'(메우기)로 불리는 바가지 쇼핑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지상비'라 불리는 현지 여행경비의 적자를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여행사-현지여행사-가이드-관광객’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여행객들에게 쇼핑을 강요하거나 선택 관광 등 바가지를 씌우는 방법 밖에 없다. 어찌 보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을 통해 손님들의 지갑을 여는 방법만 궁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지 유적지나 문화, 역사에 대한 설명 대신 지루하고 짜증나는 현지 특산물이나 상품에 대한 설명이 더 길어지는 이유다. 물론 ‘결국 제값을 다 치르게 된다’는 사실도 모르고 초저가 상품만을 찾는 풍조도 이러한 '불량 여행'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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