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 천안 등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22년만의 물 폭탄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그야말로 폐허를 방불케 했다. 충북에서만 3000㏊ 농경지가 침수나 매몰·유실됐고, 4만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됐다. 그간 극심한 가뭄으로 지칠 대로 지친 농민들이 이제는 집중호우로 쑥대밭이 된 논밭을 보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가옥이 침수된 이재민들의 걱정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큰 수해를 입은 청주시와 증평군, 진천군, 괴산군 등 4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들 지역은 최고 300㎜의 폭우로 인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터여서 신속한 피해주민 지원과 더불어 복구가 이뤄져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청주시와 청주시의회, 민주당 충북도당 등이 나서 하루빨리 피해주민 지원과 복구를 위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주민들이 감당하기에 벅차고, 폭우의 성격상 자연재해인 것은 맞지만 엄밀한 차원에서 따져 본다면 정부의 재해대비 관리에 대한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재의 성격도 내재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 규모의 폭우가 쏟아진 시점에서도 호우 예비특보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기상예보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일선 시·군이 물난리가 벌어지고 난 후에야 허겁지겁 뒷북 조치에 나섰다. 여전히 후진적인 재난대응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청주에는 지난 16일 290.2㎜의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관측 이래 1995년 8월 25일(293㎜)에 이어 두 번째 많은 양이다. 청주시 복대동 죽천교 주변 주택이 물에 잠겼고 곳곳에서 도로침수로 인한 교통마비 등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상습 침수 지역으로 지목된 곳인데도 청주시는 적절한 배수 관리에 늑장을 부렸다. 청주시 직원들에게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이날 오전 10시10분이었다. 주민들이 '인재'라며 울분을 터트리는 이유다.

특별재해지역 지정에 뜸을 들일 여유가 없다. 현장 조사 등 피해 산정을 서둘러 마치는 대로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를 바란다. 수해 복구 현장에서 민관군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재민들에게 한줄기 따스한 용기를 주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신속한 후속조치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