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장종태 대전서구청장

국민이 걱정하고 힘들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여가 지났지만, 국회공전으로 정부조직 구성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추경심사 및 법안 논의까지 모두 늦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무위원 17명 중 아직도 4명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이들이다.

일부 야당의 결사반대로 조대엽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을 앞두고 자진사퇴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백운규 산업부장관 후보자, 박능후 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셋은 이제야 인사 청문에 들어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각각 출범 18일·57일에 걸쳐 조각을 마쳤다.

두 정권 모두 인수위 기간이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구성 속도는 늦다.

지난 70여 일간 국회가 처리한 법안도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들의 피로감도 오르고 있다. 정부 여당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라지만, 정도가 지나치다 싶은 구석이 많다.

자신이 응원하는 프로야구 팀이 경기에서 졌는데 그게 다 야당 때문이란다. 밥을 먹다 돌을 씹어도, 길을 가다 철새의 똥을 맞아도, 심지어 가뭄이 들어도. 야당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이 오죽하면 ‘한숨 릴레이’를 토해내고 있을까하고 자성부터 해봐야 한다.

제보 조작사건으로 당의 존폐 위기에 몰린 한 야당의 공당답지 못한 대처는 기존 지지자들에게까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해당 사건을 평당원 한 개인의 일탈로 규정한 것이야 수사권이 없는 당으로서 그러려니 이해한다해도 동시에 문준용 특검을 주장한 것은 더 큰 공분을 자초하기 충분했다.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던 자당 전 최고위원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도 여당의 수사 가이드라인 운운하며 대여공세를 펴기에 급급했다. 세련미도 진정성도 보이지 않는 출구전략이었다.

조작사건에 이어 터진 자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역대급 망언과 관련한 당의 대응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정당한 취재과정에 의한 보도였음에도 당은 해당 언론사에 강한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한발 더 나가 포털사이트와 정부의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의 제명과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 섞인 요구와는 괴리감마저 드는 대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편승해 국회일정을 전면 보이콧한 제1야당의 행태에도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탄핵 책임을 짊어지는 자숙의 모습이 아닌 오히려 더 극우화 돼가는 당의 보폭에 지지 보수층조차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여당 원내대표를 대신한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리 유감표명과 조 고용부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야당이 국회 복귀를 선언해 다행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여야, 정부는 모두 국민만 바라본다는 자세로 향후 일정에 임해야 할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나홀로식 정치행태는 자충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987년 민주화항쟁과 2017년 촛불혁명. 비록 30년의 터울은 있지만, 국민의 힘으로 군사정권을 무너뜨리고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길이 남을 이 두 사건을 주도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민이다. 절반의 성공에 그친 87년 민주화항쟁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주인공, 국민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다. 이번에는 두 눈 똑바로 뜨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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