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아침마당]

원자력연구원을 들어서면 입구에 '새로운 기준으로 새롭게 출발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이는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문제 등으로 설립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연구원 직원들이 스스로 하는 다짐이자 다시 신뢰받는 연구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며, 지역사회와 국민들께 드리는 약속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로 및 핵연료 기술, 원자력 안전 기술, 방사선 기술, 원자력 융합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국내에서 유일하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원자력 종합연구기관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원임을 이미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건물 내진보강공사 등 작년의 현안들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올해 초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사건이 원자력안전위원회 특별조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연구원에 대한 지역사회의 신뢰가 추락했다.

원자력을 연구하는 전문가 집단이 방사선 안전관리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사실이 지역사회에 실망과 분노를 일으켰고, 연구원이 무슨 말을 해도 쉽게 믿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연구원은 즉시 안전관리규정 위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및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을 종합적으로 수립,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연구원의 노력은 단순히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국민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안전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안전, 소통 등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교육 확대와 시스템 개선도 다각도로 벌이고 있다.

가장 특기할만한 일은 지난 5월 22일, 연구원이 대전광역시, 유성구와 함께 원자력안전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원자력시설 안전관리 협력을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원자력기관과 지자체 간에 체결한 안전협약이다. 총 15조로 이루어진 협약서의 주요 내용은 원자력 관련 정보의 투명한 제공, 안전대책 사전 협의,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 구성 등 연구원과 지자체가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구체적 이행방안을 담은 매뉴얼이 만들어졌고, 협약에 따른 일부 협력활동은 이미 진행 중이다. 안전협약의 이행과정을 통해 원자력연구원과 지자체가 서로 신뢰를 구축하고, 지역과 국가의 원자력 안전을 한층 강화시키는 초석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

5월 말부터는 원자력연구원의 원자력시설과 연구활동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대전시에서 구성한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 27명의 위원들이 하나로 건물 내진보강공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용후핵연료 및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등 3개 분과를 구성해 시설 방문, 자료 검토, 질의 응답, 자체토론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곧 중간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안다.

위원 중에는 오랜 기간 탈핵운동을 해온 분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연구원의 입장에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대전 시민의 안전을 위한 활동이라는 점에 공감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연구원은 홈페이지 및 대외 전광판 정보제공방식 개선, 현안 및 안전정보의 신속한 정보를 위한 소식지 발간, 원자력 토크 콘서트 개최, 주민과 함께하는 활동 강화 등 여러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 등으로 인해 당장은 부족해보이더라도 머지않아 많은 시민들이 연구원의 정직성과 투명성을 인정하시리라 믿는다.

국가와 국민이 원자력연구원에 기대하는 것은 안전과 소통을 기본으로 수월성 있는 연구성과를 창출하여 국가 발전과 국민 복지 및 인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원자력연구원은 그럴만한 역량과 의지가 있다고 확신한다. 시민들께서도 원자력연구원이 잘하는 점은 칭찬하고 잘못하는 점은 질책하면서 지역사회가 자랑스러워하는 연구원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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