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패배원인 보고서 통해 ‘철학없는 국회의원’ 명단 발표
인적청산 과정서 평가척도 활용 가능성에 보수정가 신경 곤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구성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지난해 발표했던 '철학 없는 국회의원' 명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명단이 직접적인 ‘살생부’가 되지는 않겠지만, 류 위원장이 당 혁신을 주도하는 만큼 당내 ‘인적 청산’ 과정에서 어느 정도 평가 척도로는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명단에 한국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지역 보수 정가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류 위원장은 20대 총선 직후인 지난해 5월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철학 없는 국회의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옛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19대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과 과거 이력 등을 분석해 문제점이 있는 의원 총 59명의 명단을 실었다.

류 위원장은 이 보고서를 통해 이들이 20대 총선에서 한국당의 패배 원인이 됐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이들 중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은 총 26명으로, 이 중 한 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현재 18명이 한국당에, 7명이 바른정당에 몸담고 있다. 특히 충청권에서도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해 박덕흠·이종배·경대수·김태흠·홍문표·이명수 의원 등 다수가 포함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부에서 일명 ‘류석춘 리스트’가 ‘살생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그때 쓴 자료가 참고자료는 될 수 있지만 전적인 자료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명단이 당 혁신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활용되지는 않더라도 기준으로는 쓰일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류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이 명단이 주목받자 명단에 포함된 일부 의원들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태흠 한국당 최고위원(충남 보령·서천)은 “류 교수가 국회의 법안제출 관례나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의적인 기준으로 발표한 자료”라고 일축했다.

또 나경원 의원(한국당·서울 동작구을)도 이날 한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명단 작성)기준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시민단체서 활동할 때 했던 것이다. 혁신위원장으로서의 기준은 달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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