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조사 권한 이전 기대 모았던 과학기술혁신본부
정부조직법 제동에 출범 못해... 주요 역할 맡을 지도 장담 어려워

새 정부 과학기술 연구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흐려지고 있다. 우려의 중심에 있는 것은 소문만 무성한 과학기술혁신본부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 계획이 나오면서 기대를 모은 것은 미래부의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에 대한 권한이 강화될 수 있을지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던 R&D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권한이 과학기술혁신본부로 넘어오고, R&D 지출한도도 기존 기재부 단독이 아닌 미래부가 공동으로 참여할 있도록 해 연구개발 자율성 확대에 기대감이 실렸다. 이전까지 ‘비용 대비 효과’, 경제성을 우선으로 한 기재부 벽에 번번히 막혀 국가 과학 기술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그림조차 제동이 걸렸던 터였다.

그러나 아직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혁신을 기대한 조직은 아직 출범도 못한 상태다.

현재로써는 기재부 반대에 기대됐던 주요 역할들이 계획처럼 맡겨질 수 있을지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재부는 국가 R&D 예산 심의만 권한을 나누는 것은 복지 등 다른 분야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과학기술계 한 관계자는 “결국 기대했던 권한들이 대폭 축소돼 혁신본부조차 허울뿐인 조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정부출연연 사이에서 예산 사용의 자율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부는 이달부터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 출연연구기관에 매월, 담당별 소관 출연(연)의 출연금 사용실적 및 사용계획 대비 추진 실적을 점검해 지급 요청을 하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연구회를 제외한 25개 출연연에 별도의 지급신청, 확인 절차 없이 연초에 수립한 월별자금계획에 따라 출연금을 지급토록 했었다. 출연금의 효율적 집행·관리를 도모하겠다는 이유인데 출연연 일각에서는 목적에 맞게 국가재정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매월 출연금 실적이나 계획이 자칫 연구 진도랑 결부지어지면서 연구현장의 경직성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시스템적으로 월별로 보고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낭비 안되게 확인하는 정도면 괜찮지만 혹시라도 계획의 달성여부를 연구진도로 보고 어떠한 제재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연연 관계자도 “규제받는 느낌이 있다. 연구현장의 유동성이 얼마나 반영되고 이해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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