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예전 노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노인덕목이 필요해 보인다. 그림: 이창희(재미화가)
잔뜩 기대하고 벼르다 읽은 책에서 막상 마음에 와 닿거나 기억되는 대목이 없을 경우가 많다. 오히려 별로 기대하지 않은 책, 그저 스쳐 지나갈법한 도서에서 오래 머리에 남고 유익하게 갈무리할 수 있는 내용을 찾는 경우도 제법 있다. 몇년 전 대전역 열차탑승장 도서 자판기에서 2000원을 주고 구입한 얇은 문고판 책의 구절이 오래 잊혀지지 않는다. 제목이며 필자이름도 잊었고 책 내용의 출처도 불분명하지만 핵심이며 골자는 기억한다.

노년에 이르러 품위를 유지하며 사는 삶의 원칙을 7가지 동사로 요약하고 거기에 업(up)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서술한 책이었는데 음미해 볼만하다. 이외 비슷한 자기관리 서적이 숱하게 출간되었고 모두 그만그만한 내용이지만 이 책의 장점은 간결, 압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무기력하게 쇠잔해가는 노인이 되지 않으려면 나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릴없이 불평이나 늘어놓고 과거를 자랑하면서 세월을 낭비하는 천덕꾸러기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꼭 지켜야 할 계율을 설명한다.

입 다물기(shut up), 지갑열기(pay up)가 핵심이었다. 가급적 말을 줄이고 필요한 경우 망설이지 말고 돈을 지출하라는 충고다. 그 외의 다섯 가지 수칙도 나름 중요하다. 옷을 깔끔하게 입기(dress up), 몸을 잘 씻기(clean up), 은둔하지 말고 자주 모습을 보이기(show up), 손 아래세대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하기(cheer up), 때로는 과감하게 포기하기(give up) 등 말로는 쉽지만 실천은 그리 만만치 않은 덕목을 요점별로 간추려 강조하고 있다.

가파른 노령인구 증가, 세계 최고의 노인빈곤율 그리고 '젊은 노인'들이 넘치는 혈기와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이런저런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이즈음 이런 일곱가지 생활수칙은 비단 노인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고루 필요한 최소한의 자기관리 준칙이 될만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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