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酒절주절]

내 인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운동'.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어릴 때부터 등산, 스케이트, 클라이밍 등을 해왔고 여전히 즐긴다. 달리기는 져본 적이 없다. 또 그런 아빠를 닮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술'이다. 신기하게도 엄마는 술 한 잔에도 취하는 '술맹'이다. 오빠는 또 그런 엄마를 닮아 술을 못 마신다. 술 유전자는 내게 몰빵된 셈이다.

물론 한 번도 안 취해봤다는 건 거짓말이다. 객기도 부려보고 이불 킥도 몇 번 했다. 그러나 평소엔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 덕인지 술자리에서 꽤 오래 살아남는 편이다. 그래서 대학교 때 별명은 거의 술에 관련된 것들이다. 운명인지 이름엔 '주'까지 들어간다(물론 이름의 '주'는 '酒가 아니다). 별명을 읊자면 '김소주, 김음주, 김윤주당' 뭐 이런거다. 지금 보면 참 창피한 이야기지만, 대학시절 한 주당 선배와 술 내기 아닌 내기를 한 적이 있다. 오랜 시간 끝에 승부가 안나서 서로를 인정하며 멋지게 돌아섰다. 그러나 난 돌아선 뒤 아스팔트에 넘어져서 코가 깨졌고, 여전히 그 흉터가 남아있다(그 선배는 기어갔다는 소문이 있다). 酒님의 상처다.

살다 보면 다양한 주사들을 만나게 된다. 취해서 애교를 부리거나, 자는 건 약과다. 주차라인 그 네모가 자기 방인 양 신발을 벗고 정갈하게 눕는 사람, 외계어로 랩하는 사람, 갑자기 그냥 달리는 사람. 참 각양각색이다. 내 주사의 코드네임은 '순국'이었다. 친구들 말론 난 취하면 무조건 '순대국밥'을 찾는단다. 겉으론 아무리 멀쩡해 보일지라도 내 입에서 '순'자가 나오는 순간 해산했다고 한다.

애주가다 보니 사람을 사귈 때 역시 '술 궁합'은 무시 못 할 요소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남자친구는 천생연분이다. 둘 다 운동 좋아하고 술도 좋아한다. 주량도 얼추 비슷하고 소주, 맥주, 양주, 막걸리 다 마신다. 거의 술 마시려고 운동하는 셈이다.

물론 인생에서 酒가 主가 되어선 안 된다. 자기 생활을 망치면서 맨날 술을 마시거나, 알코올중독자가 되라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딱 즐길 수 있는 정도라면 괜찮다. 실수할까 음주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 술을 안 마신다면 물론 '실수'는 없을 거다. 하지만 인생의 '변수'도 없지 않을까? 생각지 못한 인연을 만나거나, 얽힌 사이를 풀거나, 숨겨진 능력을 발휘하거나…

만화 '심슨'에 나오는 명언이 떠오른다. "마셔라! 술은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이리니"

<김윤주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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