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형 선고로 ‘전과자 신세’ … 국선변호인 비용도 물듯

무려 8년간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버티던 공무원이 결국 벌금형과 함께 법정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됐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이례적으로 소송비용까지 부담토록 한 것은 과한 주장을 하며 소송을 남발한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성기권 부장판사)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59) 씨의 항소심에서 A 씨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6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벌금형 선고와 함께 A 씨에게 “원심과 당심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A 씨는 2008년 12월 23일 오후 6시경 대전의 한 경찰서 지구대에서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웠다.

경찰은 A 씨가 ‘음주 소란 행위를 했다’며 범칙금(5만원) 처분을 결정했지만, A 씨를 끝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듬해 2월 3일 통고처분에 불응한 A 씨에게 “24일 오후 1시까지 즉결심판 법정으로 출석할 것”을 알리는 즉심 및 범칙금 등 납부통지서를 발송했다. 이를 받아본 A 씨는 경찰 요청을 무시하고 범칙금 납부는커녕 즉결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2009년 3월부터 2013년 6월까지 6번에 걸쳐 납부통지서를 보냈지만 A 씨는 감감무소식이었다. A씨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경찰은 2013년 8월 29일 대전지방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결심판 절차를 밟아 벌금 6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정식 재판에 회부된 A 씨는 “즉심 및 범칙금 등 납부통지서를 받아보지 못했고 적법한 통고처분 없이 행해진 즉결심판 청구는 범칙금 납부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행동은 ‘몹시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한 것’에 해당한다”며 벌금 6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A 씨 주장에 대해 “이유 없다”고 항소를 기각했고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A 씨는 범칙금 5만원 때문에 벌금형을 선고받아 전과자가 됐고 국선변호인 비용 등 최소 200여만원에 이르는 비용까지 내게 됐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경범죄 범칙금은 전과기록이 남지 않지만 정식 재판에 회부돼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전과기록이 남는다”며 “형사재판은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데 이번 사안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