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행산업의 도심영업을 싸고 오랫동안 주민과 마찰을 빚어온 대전 서구 월평동 화상경마장이 오는 2021년까지 도심외곽으로 이전할 전망이다. 마사회 측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대체 용지 공모 후 현 경마장 폐쇄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그간 화상경마장 폐쇄를 강력 주장해왔던 주민들의 숙원이 일단 풀리는 모양새이어서 환영할만하지만 아직도 석연찮은 구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사회 측은 올 3분기까지 대전·충남·전북권에 대체경마장 공모→2021년까지 화상경마장 이전→월평동 화상경마장 폐쇄 계획을 내놓았다. 이 절차 가운데 대체 경마장을 순조롭게 마련할 수 있을지부터가 장담하기 어렵다. 실질적 폐쇄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주민대책위원회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요컨대 화상경마장의 도심외곽 이전 이후 월평동 폐쇄라는 방식에 대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이 남는다. 그럼에도 마사회 측은 주민 친화적인 새로운 화상경마장 모델과 함께 유치 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대전 외곽에 화상경마장을 새로 신축하는 방안에 대한 대전시의 결단을 촉구하는 형국이다. 만일 이를 수용할 경우 내년 2분기 주민설명회 이후 지역사회영향분석, 농림축산식품부 승인 등의 절차를 밟기까지 시민 찬반 논쟁으로 시끄러울 게 뻔하다.

화상경마장의 폐해 논란은 결코 대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 용산을 비롯해 전국적인 사안이다. 레저 없이 베팅만 남았고, 그로 인해 시민을 도박중독으로 유인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가 있느냐는 물음이 제기되는 게 아닌가. 화상경마장의 경우 도박중독 확률이 일반 경마장보다 2배 수준이라고 한다. 직접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베팅할 수 있도록 화상 시설을 만들어 놓은 시스템 자체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도박 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정책이 시급하다.

1999년 월평 화상경마장이 인구밀집지역에 들어선 이래 도시슬럼화의 각종 폐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갔다. 도박중독자 양산은 물론 불법주차로 인한 교통난, 교육주거 환경 악화로 인한 생활권 침해 논쟁이 그치지 않았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이 사안이 채택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뒤늦게나마 속시원하게 해결되는 단초가 되어야 한다. 또 다른 꼼수가 아니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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