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안성맞춤. '여름철 간식거리로는 옥수수가 안성맞춤이다', '지리산은 빨치산들이 숨어들어 활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물건이 좋아 마음에 딱 들어맞거나 경우와 계제(階梯)에 잘 어울림을 일컫는다.

'안성(安城)'은 지명이며 '맞춤'은 '맞추다'의 명사다. 어찌해 지명과 행위 명사가 붙어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켰는가.

안성은 18세기 초 경상, 전라, 충청이 만나는 상업 요충지로 조선시대 4대 시장이었다. 삼남(三南)지역의 특산물이 서울로 올라가던 중 안성 장날이면 이곳에서 대부분 거래될 정도였다. 특히 안성 장날에는 유기(놋그릇)가 인기리에 사고 팔렸다. 당시 유기는 안성에서 직접 제작한 것과 타 지역에서 올라온 것도 거래됐다. 17세기 이전부터 유기가 안성에서 생산됐는데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대량 생산한 '장내기 유기'와 특정 고객들로부터 주문받아 공을 들여 제작한 '맞춤 유기'로 차별화 돼 있었다. 당연히 맞춤 유기가 최고의 품질을 자랑했다. 그러니 맞춤 유기는 방귀 깨나 뀌는 집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심지어 궁중에 진상되기도 했다. 이처럼 안성 유기가 유명세를 타자 '안성 맞춤 유기'란 말이 생겨났고, 유기장들은 놋그릇에 '안성 맞춤 유기'를 새겨 넣었다. 여기서 유기가 떨어져 나가고 '안성'과 '맞춤'을 붙여 썼다. 원래 '최고 품질 유기'란 구체성의 '안성맞춤'이 '조건이나 상황이나 어떤 일에 아주 적절하게 들어맞음'이란 추상성의 '안성맞춤'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안성맞춤. 참으로 요즘 필요한 단어다. 안성맞춤인 국가 인재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다. 오히려 처절함이 맞다. 안성맞춤인 인재 찾기가 밧줄이 바늘귀에 들어가기보다 더 힘든 지경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쏙 드는 인재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디에도 없단 말인가. 아니 이른바 코드가 안 맞아 무시당하거나 정말 인재는 인사권자를 무시하며 나서지 않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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