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심형식 충북본사 취재2부장

역대로 청주시는 ‘참모 부재론’에 시달렸다.

개성 강한 시장들이 연이어 취임해서 그럴 수 있다. 또 경쟁과 갈등이 점철된 청주시 특유의 조직문화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심각한 인사적체로 인해 조직 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실·국장들이 시정 전체를 살피는 참모의 역할보다 실·국, 직렬별 이익을 대변하는데 몰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름 대응 능력이 강하다는 평을 받던 옛 청원군의 조직문화도 통합 청주시 출범 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청주제2쓰레기매립장에 대한 청주시의 대응은 가관이 따로 없다. 지난해 11월부터 꼬이기 시작한 스텝은 여전히 갈지(之)자 걸음이다. 이승훈 청주시장과 이범석 부시장이 참모회의에서 대응책을 내놓으라해도 참모들은 고개만 숙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청주시의 큰 현안에 시장과 부시장만 몸이 달아있다.

시민단체에서는 관련 본부장들이 최근 명예퇴직한 것을 두고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한다. 감사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기간 청주시청을 관찰한 시각에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부담감에 ‘도망쳤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 청주시 국장을 만났다.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본청에 들어온 후 국 직원들을 모으고 일갈을 날렸다고 한다. “청주시청의 주인은 시장이 아니다. 시장은 임시직이다. 시장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해라”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시장의 귀에 들어갔으면 오해를 살 일이다. 청주시의 주인이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점에서 일부 잘못된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2매립장을 놓고 헤매고 있는 청주시의 실·국장들이 새겨들을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임기 내내 ‘참모 부재론’에 시달렸던 한범덕 전 청주시장 시절에도 내덕동 우수저류시설 설치를 놓고 시정이 꼬였었다. 그래도 문제해결 과정에서 조직적인 대응능력을 보여줬다. 각 실·국장들이 업무를 분담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대안을 마련했다.

지금 청주시가 그때와 다른 점은 이 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직위상실형을 받았고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모른다. 직위상실형이 확정된다면 이 시장 개인으로서도 또 청주시로서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장에 대한 대법원 판단과 별개로 청주시정은 이어져야 한다. 흥덕구 강내면 학천리 쓰레기매립장은 2019년 폐쇄를 앞두고 있다. 제2쓰레기매립장 건립이 지연된다면 ‘쓰레기대란’을 피할 수 없다. 시민 모두가 큰 불편을 겪게 된다. 불편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임시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도 천문학적이 될 것이다.

시정의 책임자는 시장이다. 시장의 임기는 유한하다. 무한한 것은 시정의 책임이다. 그 핵심에 실·국장 즉 참모들이 있다. 지금의 작태는 시장의 대법원 선고를 앞둔 ‘레임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참모들이 몸사리기에 들어가면 그 대가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칼을 들어야 한다. 청주시가 떳떳하다면 더불어민주당, 시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해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선두에는 참모들이 서야 한다. 오랜기간 지역사회, 시민단체, 시의회와 호흡한 것은 그들이다. 이대로 시간만 흐른다면 ‘쓰레기대란’의 도화선만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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