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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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두 발에는 52개의 뼈와 38개의 근육, 214개의 인대가 있다. 몸 전체 뼈 206개의 약 4분의 1이 모여 있는 셈이다. 발가락들은 ‘발’로서의 개별성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는 객체로서의 보편성을 띤다. '발(足)'은 보직만큼이나 견뎌야할 고통도 크다. 딱딱한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체중의 1.5배에 이르는 충격이 고스란히 52개의 뼈에 전달된다. 발에 전달된 자극은 발목과 무릎, 척추를 거쳐 전신으로 퍼진다. 보통 1.5㎞를 뛴다면 발뒤꿈치는 땅바닥에 1000번 정도 닿는다. 42.195㎞를 뛰려면 최소 66만번을 지면과 맞닿아야한다. 때로는 오르막, 때로는 내리막, 혹은 지루하기 이를 데 없는 평탄한 길을 견뎌야하는 것이다. 2시간2분대의 마라톤 세계기록을 달성하려면 42.195㎞를 100m당 17초로 달려야 가능하다. 보통 사람들에겐 전력 질주에 가깝다. 달리기란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이자, '어제의 자신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는 일'이다.

▶달린다. 왜 달리냐고 묻는다면 그냥 달린다고 답한다. 달리기란 그런 것이다. 지구를 발로 밀어내듯 달리는 건 중력을 떨쳐내는 일이다. 처음 달리기는 러닝머신으로 시작했다. 걷기에서 달리기로 옮겨간 첫 번째 사건이었다. 러닝머신이라고 불리는 트레드밀(treadmill)은 원래 죄수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19세기 세계 전역의 교도소 수감자들은 곡물을 빻기 위해 몇 시간이고 트레드밀 위를 걸어야했다. 고된 육체노동이 탈옥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걷지 않으면 넘어지고, 뛰지 않으면 쓰러지는 기계 위에서, 인간은 걷거나 뛰며 유쾌한 고통을 즐긴다.

▶보통 성인은 하루에 2500~3000㎉를 먹는다. 숨 쉬면서 가만히 있어도 1500㎉가 쓰이고 일상적인 활동으로 1200㎉가 소비된다. 이를 덧셈, 뺄셈해보면 대략 300㎉가 몸속에 쓰레기로 남는다. 하루 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여분이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한 달에 1㎏이상의 살이 찐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루 1만보’가 바로 300㎉를 잡는 특효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심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고로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얘기는 뛰지 않겠다는 변명이다.

▶걷기와 달리기 초심자였을 때는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었다. (아침 꿀잠을 박차고 마당으로 뛰어나가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세 켤레의 밑창을 갈았다. 그 바닥이 닳은 만큼 근육의 질은 두꺼워졌다. 두발로 느끼는 법을 터득하고서야 귀찮아지지 않았고, 살균된 육체의 냄새가 좋아졌다. 달리면서 세상의 이치를 배운다. 걸을 때는 항상 한발이 지면에 닿아있지만 달릴 때는 늘 한발이 지면에서 떨어진다. 한발 앞에 다른 한발을 놓는 식이다. 우리가 달리는 건,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단지 세상 안에서 달리고 싶은 것이다. 살면서, 때론 적당한 자기 통제도 필요하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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