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춘추]

중·고등학교 농구는 프로농구에 못지않게 흥미진지하다. 왜냐하면 앞으로 농구계를 이끌어갈 농구 꿈나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마다 인프라 차이가 확연하다. 서울 및 수도권 중·고등학교에 뛰어난 농구부가 많은 이유는 농구 예비인력이 풍부하고, 기라성 같은 지도자들이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사실 농구가 다른 운동경기에 비해 비인기종목으로 취급받다보니 농구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수도권과 지방 모두 선수 수급에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간의 편차가 너무 심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지역편차와 더불어 일부 학교 관계자들의 중·고등학교 농구부를 보는 시각이나 태도가 지역농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바로 성과주의 사고방식이다. 예를 들면 '경기에서 우승하면 좋은 시설, A코치와 트레이너 등을 지원하겠다'식의 성과위주 지원이다. 그러나 학교와 학생에게 성과주의의 잣대를 갖다 댄다면 삶을 즐길 줄 아는 자율성을 가진 인성의 소유자로 육성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 농구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농구가 재미있고 즐기는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뛰어난 자는 즐기는 자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아이들이 성공적인 농구선수가 되기 이전에 자율적 행동을 할 수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나게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 농구가 성과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원하는 만큼 사랑과 지원을 주겠다. 마음껏 즐겨라'라고 응원하는 학교를 포함한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진정어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역 농구를 지킬 수 있다.

지역발전은 성과지향의 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 대한 관심과 육성에 있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사회 양극화 현상과 성과주의 함정의 해결점을 지역 중·고등학교 농구 활성화 시도에서 찾아보자. 어쩌면 이러한 시도는 우리 사회를 붕괴시키는 가장 큰 갈등요인으로 다가오는 사회 양극화현상을 해결하는 단초와 올바른 성과주의의 안착을 제공할 지도 모를 일이다.

손용석<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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