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명물시장 흔적도 없어요”
노후건물은 화재에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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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찾은 대전 변동시장은 점포 대부분 문을 닫아 철문이 내려져 있다. 최윤서 기자
굳게 닫힌 낡은 철문을 따라가면 언제부터 방치됐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잡초 무성한 빈 공터가 나온다. 마치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다름 아닌 대전 서구 변동에 위치한 ‘변동 종합시장’이다. 30년 세월의 정취로 치부하기엔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는 휑한 이곳 시장 풍경은 그 열악함을 누구보다 신랄히 대변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찾은 변동시장은 내비게이션 주소 등록조차 돼 있지 않았다. 가까스로 발견한 시장은 가운데 공터를 중심으로 1층은 상가, 2층은 거주공간으로 구분된 주상복합형태였다. 상인들은 이곳이 처음 형성된 1970년대만 해도 주변에 거주인구도, 유동인구도 많아 서구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쇠퇴했고 인근에 한민·도마시장까지 대형시장으로 발전하며 이제는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유제순 변동시장 상인번영회 총무는 “한때 이곳이 재개발 된다는 소문이 돌아 외지인들의 투기 매매가 성황 했다”며 “하지만 뜬소문임이 밝혀지고 장사마저 안되자 투기목적이었던 건물들이 그냥 방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29일 찾은 대전 변동시장은 외부에 가스통이 노출돼 화재사고가 우려된다. 최윤서 기자
더욱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로 전통시장 등록이 안돼 정부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어 악순환은 되풀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상인들이 이곳을 떠났고 현재 남아있는 점포는 12개 뿐이다. 빈 상가는 대부분 공가로 남은 채 방치됐으며 시설은 날이 갈수록 노후화 돼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찾은 시장의 상가 외벽은 페인트가 보기 흉하게 벗겨져 있었고 일부는 깨져 시멘트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화장실 또한 습기와 곰팡이로 가득했고 박물관에서나 볼법한 오래된 남성용 소변기는 수돗물이 새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외부에 버젓이 노출된 LPG 가스통과 노후 전기선, 화재에 취약한 건물 구조 등이 안전사고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서구의회도 변동시장의 이러한 열악함을 인지해 지난해 감사 당시 관할 구청에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관할 구청인 서구는 여전히 지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방도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일단 화재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하반기에 비상용 소화전 추가 설치가 계획 돼 있다”며 “나머지 지원은 추후 단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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