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酒절주절]

요새 푹 빠진 드라마가 있다. 바로 박서준·김지원 주연 드라마 '쌈 마이웨이(일명 쌈)'다. 살짝 소개하자면, 아주 어릴 적부터 친구인 동만과 애라는 유치할 정도로 맨날 치고 받고 싸우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커져 결국 커플이 된다. 말 그대로 '쌈'에서 '썸'이 된 거다. '남녀 사이는 친구가 없다'란 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누구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자기 애인을 단속시키며 "야, 봐봐.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딨어"하고, 누구는 "이성친구 있을 수도 있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야"한다. 이런 싸움들이 낯설지 않다. 연애를 하다 보면 가장 신경 쓰이는 존재가 '내 애인의 이성친구'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친함까지 봐줘야 하는지’, ‘화를 내면 내가 쪼잔한 것은 아닌지’… 연애 초기라면 이런 고민들을 한번쯤 하게 된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만나던지, 말던지"하는 쿨한 장수 커플이 되거나 서로 이성친구가 많아 터치를 안하거나, 아니면 이성친구와 연락을 끊고 연애에 매진하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경우도 가끔 있다.

주인공 커플이 비현실적이라면 '현실'을 담당하고 있는 서브 커플이 있다. 6년차 커플 주만(안재홍)과 설희(송하윤)다. 정말 현실 같아서 공감을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커플에게 얼마 전 위기가 닥쳤다. 주만이가 회사 여 후배 집에서 깜빡 잠이 들어 하루를 보낸 것이다. 주만이는 "아무 일 없었어"만을 강조하고 설희는 "넌 그냥 밤새도록 매 순간 날 죽였어"라며 이별을 통보한다. 설희에겐 스킨십을 했건 안 했건, 자신을 불안하게 했던 그 순간순간이 고통이었을 것이다.

한 친구는 연신 "나쁜 놈"을 외치며 봤는데 남편은 "잘못하긴 했는데 아무 일 없었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싸울 뻔했다고. 가만 보면 이런 것에서 남녀 생각의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남자는 사실 여부를 따지고 결과를 중시한다. 반면 여자는 그 과정, 그 안의 감정들을 생각한다. 싸울 때만큼은 이성적인 남자, 감성적인 여자다. 무릇 남녀가 서로 달라 끌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관계지만 '사고방식'이 달라 생기는 '사고'들은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사랑한다면 또 싸우고 또 맞춰가야지. <김윤주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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