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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몰락하는 마지막 100년은 '민란(民亂)의 시대'였다. 19세기 여명을 여는 1800년, 개혁정치를 펼치던 정조의 죽음과 함께 민중들은 거칠게 깨어났다. 관서 농민전쟁(홍경래의 난)을 비롯해 삼남 농민봉기(진주민란), 광양 민란, 동학농민혁명 등이 잇따라 봉기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지방차별정책, 세도정치에 의한 권력독점, 가혹한 조세와 수탈이었다. 민란이 삼남지방(충청·경상·전라)에 집중적으로 일어난 까닭은 '삼정(토지세·군세·지방세) 문란' 때문이다. 탐관오리들은 규정보다 조세를 많이 걷었고, 심지어 어린아이와 죽은 사람에게까지 세금을 부과했다. 백성들은 집과 땅을 빼앗기고 유리걸식 상태에 빠져들었다. 조선의 시작은 군란(軍亂)이었고, 그 끝은 민란(民亂)이었던 셈이다.

▶혈세(血稅)는 애초 피땀 흘려 고생해서 낸 세금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혈세는 일본에서 비롯된 말이다. 메이지 5년(1872년) 태정관(최고 관청) 포고 형식으로 징병명령이 발령되는데, 이를 두고 ‘혈세’(병역의 의무)라고 했다. 다시 말해 혈세는 전쟁에서 피를 흘린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로 건너오면서 ‘가혹한 조세’로 변질됐다. 여기서 함의(含意)하는 것은 '왜 세금이 국민을 위한 밑천이 아니라, 국민을 쥐어짜는 밑 빠진 독'이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복지를 키우는 ‘정책 프레임’이 세금을 늘리는 증세에 있다면, 이는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국민 주머니에 다시 넣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많이 걷어서 인심 쓰는 일은 ‘쌈마이’도 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먼저 다르게 말해야 한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세 인상을 주물럭거리다 포기했다. 얼토당토않게도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에 버금가도록 책정하려 했다. 전체 차량 2000만대 중 40%인 860만대가 경유차(2015년 말 기준)다. 이중 300만대 이상이 생계형 화물차다. 국민 건강을 위한답시고 담뱃세를 올려 한해 12조원의 혈세 재미를 보더니 참 장삿속이 밝다. 경유차의 퇴출엔 '먹물'(학자)들의 그럴듯한 수치만 있고 '실물'은 빈약하다. 휘발유차로 바꾸면 미세먼지는 줄지 몰라도 이산화탄소는 되레 늘어난다. 대우조선해양 종사자 2만명을 살리기 위해 수조 원의 국민 혈세를 쏟고, 300만명의 중소기업 식구들은 나 몰라라 하는 정부. 미세먼지 주범은 놓치고 공범 하나만 족치려는 정부.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왜 큰소리 한 번 못치는가.

▶대통령이 정권창출 공신들에게 책봉해줄 자리는 약 1만개쯤 된다고 한다. 일찍이 여기에 줄선 자가 10만이요, 줄 댄 자가 100만이라는 소리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듣기 좋은 말로 귀를 현혹하고, 보기 좋은 그림으로 눈을 유혹하니 오십보백보다. 보아하니 이번 내각도 '먹물'투성이다. 먹물들은 그림만 잘 그린다. 4차방정식까지 동원하니 포장이 그럴싸하다. 그런데 현실을 모른다. 배고파본 적이 없으니 배고픈 이의 심정을 모른다. 제 돈을 써본 적이 없으니 남의 돈 아까운 줄도 모른다. 그러니 제멋대로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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