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
[수요광장]

최근 '읍면동 복지허브화사업'이라는 아직은 조금 낯선 정책이 등장하여 시행 중에 있다.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고 2014년에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꾸준히 확대되어 가고 있는 복지정책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정의한 이 사업의 개념은 '읍면동에서 전문복지인력이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주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복지대상자와 공적제도, 민간 복지기관, 지역복지 자원 간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조금 어렵다. 쉽게 말하면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어땠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최근 '있는 복지도 몰랐던 71세 장발장'이라는 제목으로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던 다음의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2017년 3월 광주 동구의 한 시장에서 김치 한 봉지를 훔쳤다가 적발된 최 모(71세)씨는 경찰에서 "배가 너무 고파 훔쳤다"고 말했다. 구청이 나서서 조사한 결과, 최씨는 몇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였다. 시장을 지나다 허기에 지쳐 충동적으로 김치에 손이 간 것이다.

그의 통장 잔액은 1만원.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해서 번 돈과 기초연금 20만 4000원이 매달 수입의 전부다. 그는 결혼한 적이 없어 가족도 없다. 게다가 청각장애자다. 이렇게 보면 그는 기초수급자, 법정장애인, 긴급복지지원 대상이다. 다행이 기초연금은 받고 있지만, 나머지 복지 지원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그래서 빵이 아닌 김치를 훔친 대한민국의 현대판 장발장이 되었다.

행정전산망이 세계 수준급이라고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예산의 3분의 1 정도가 복지에 투입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복지서비스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고파서 김치를 훔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초연금, 긴급복지지원, 기초 생활보장제도 등 주요 복지제도가 '본인 신청주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신청하되 혹시 주변에서 딱한 사정을 알게 되면 도와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읍면동에 '맞춤형복지팀'이라는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인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지역공동체를 통해 다양한 복지욕구와 문제를 해결하는 민관 협력 네트워크 조직인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이 하게 될 역할은 크게 다음의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통합서비스 지원'이다. 대상자별 욕구에 기반하여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개인별 서비스 지원계획을 수립해 이를 연계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둘째, '찾아가는 서비스'이다. 노인,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시민을 대상으로 집중 방문과 상담을 실시하고, 취약계층을 상시 모니터링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셋째, '민간조직과 자원 활용'이다. 이·통장과 봉사단체 등 각종 민간자원을 활용해 지원 대상을 적극 발굴하고 민간기관과의 정기적인 사례회의를 실시하여 협력을 증진하고 발전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는 '국민이 맞춤형 복지를 직접 느끼게 하겠다'는 정부의 간절한 바람이 들어있다.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지역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복지정책에 대해 공감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이웃을 살펴볼 때에 복지의 사각지대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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