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심코 담배꽁초를 버렸다가 건강식품을 보관하던 창고를 태워 50억원이 넘는 피해를 낸 30대 남성에게 거액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는 어제 실화(失火)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피고인에게 원심과 같은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사소한 부주의가 가져온 대가치고는 엄청 크다.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준다.

충북 청주의 한 물류회사에 근무하던 이 남성은 화재가 발생한 날 물품 보관창고 앞에서 담배를 피운 뒤 무심코 담배의 끝을 손가락으로 튕겨 불을 껐다고 한다. 당시 불씨가 근처 종이박스 위로 떨어지자 그는 발로 비벼 뭉갠 후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 후 20여분 뒤 창고에서 불이 일기 시작했고, 불은 삽시간에 번져 창고 내부를 태웠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남성이 버린 담배꽁초를 화재원인으로 지목했고 그는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채택된 증거와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 외에 화재원인으로 볼 수 있는 게 없다"며 유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피고 측은 "사고 당일 가랑비가 내려 담배꽁초에서 불이 시작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담배꽁초를 버린 건 맞지만 그 때문에 불이 시작됐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는 길만이 남았다.

이번 사건의 유죄 유무를 떠나 흡연자들은 담배꽁초 처리에 보다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전 동구 중부고속도로를 달리던 화물차 적재함 화재사고도 담배꽁초에서 비롯됐다. 소방당국은 "담배꽁초를 차량 밖으로 버렸다는 운전자의 진술을 토대로 불이 붙은 담배꽁초가 적재함에 떨어져 불이 난 것으로 파악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담배꽁초로 인해 매년 6000건 안팎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담배꽁초 때문에 650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목숨을 잃고, 100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냈다고 한다. 대수롭지 않게 버린 담배꽁초가 엄청난 피해를 낳고 있는 것이다. 꺼진 담배꽁초라도 다시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담배꽁초로 매년 막대한 인명·재산 손실을 입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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