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환 청주기상지청장
[투데이포럼]

‘수한충박상(水旱蟲雹霜)’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농업에 피해를 주는 다섯 가지 요소로 재해, 수해, 가뭄, 병충해, 우박·서리를 지칭한다. 그중 우박은 국지적이며 돌발적인 현상으로 정확한 발생지역을 예측하기가 어려우며, 얼음알갱이가 떨어지면서 가지는 힘 때문에 짧은 시간의 우박에도 농업 관련 시설물이나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충북지역에서도 지난 1일 제천과 괴산 등에 떨어진 우박으로 600여 농가에서 피해를 보고 2012년 비슷한 시기에 내린 우박으로 무려 100억 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

우박으로 인한 피해는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도 충북지역에 우박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를 예로 들어보자면, 1808년(순조 8년) 공충좌도 암행어사 홍희준이 올린 별단에 '충주의 금생면·엄정면 등 4개 면은 5월 20일 무렵 우박의 피해가 매우 심합니다. 제천의 원서면과 서원·산내 등 2개 면에는 윤달 초순에 우박이 또 쏟아져 보리와 밀이 시들고 상하였으며, 콩과 팥들도 모두 손상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1390년 1월 1일부터 1900년 12월 31일까지 우박에 대한 기록은 328건으로 그 중 충북지역으로 표기돼 있는 것은 16건이다. 이처럼 우박은 농사를 짓기 시작한 선조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농작물의 성장과 수확에 피해를 주는 반갑지 않은 기상현상이다.

기상학적 정의에 의하면 우박은 '눈의 결정 주위에 차가운 물방울이 얼어붙어 지상에 떨어지는 지름 5㎜ 이상의 얼음덩어리'를 일컫는다. 주로 늦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5~6월과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9~10월 사이에 주로 내린다. 우박이 생성원인으로는 대기 중·상층에 차가운 공기가 대기 하층에는 따뜻한 공기가 자리 잡게 되면 연직 불안정이 커지면서 강한 상승류가 발생해 키가 매우 큰 적란운이 생성된다. 이 구름 속에 존재하는 작은 빙정들이 구름 속의 다른 빙정들과 합쳐지면서 점점 커지게 되는데, 상승기류에 의해 쉽게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상승했다가 다시 하강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 무게를 견딜 수 없게 됐을 때 지상으로 떨어진다. 우박은 대기 중·상층 냉각에 따른 불안정, 강풍이 동반된 연직 바람 시어(Windshear)에 의해 발생한다.

기상청은 이러한 기상조건을 사전에 분석해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수치모델, 대기불안정도, 레이더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우박의 발생 가능성을 판단한다 하더라도, 정확한 발생지역과 발생시간, 지속시간 등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청주기상청은 돌발적이고 국지적인 우박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지형조건 등을 고려한 우박판단 예상 전망치를 마련하고 우박 사례를 분석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 해 가운데 가장 바쁜 농사철인 6월, 갑자기 쏟아진 우박으로 인해 더 피해를 받지 않도록 기상예보에 귀 기울여 주길 바라며, 정확한 예보와 발 빠른 소통으로 청주기상지청이 충북지역 농가에 큰 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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