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계교·충남본부 서산담당

최악의 가뭄이다.

이미 저수지마다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문제는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마다 퇴적물이 수북이 쌓여 물을 저장하는 본연의 역할이 무뎌진 상태다. 밑이 움푹 팬 둥그런 대접모양이 아닌 그냥 평평한 접시모양이 현재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설이 시급한 이유다. 특히 물이 거의 빠진 지금이 퇴적물을 끄집어내는 준설의 적기라는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저수지 주변에 준설을 한 흙이나 모래 등을 쌓아둘 사토장이 없다 보니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가 관할하는 서산태안지역 저수지는 모두 35개, 이중 사토장을 확보한 저수지 2곳만이 준설이 이뤄질 뿐이다. 그렇지 않고 저수지 주변이 아닌 준설토를 다른 곳으로 옮겨 처리하는 것은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일’이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지난 23일 서산시 대산읍 대호담수호 현장을 방문한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준설의 필요성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이 시장은 평평해진 저수지를 준설해 깊이를 확보하고, 여기서 나온 준설토는 상류쪽에 쌓아 저수지 일부를 땅으로라도 만들자는 것이다. 내내 저수지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이 시장의 주장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땅은 태양광발전소나 공원 등으로 활용하자는 대안도 제시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만한 제안이다.

올해는 마른장마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보도 전해지고 있다.

위기와 기회의 사이다. 해마다 가뭄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이 상태 그대로 올해를 넘긴다 해도 내년에 달라질 것은 없다. 내년에 가서 또 사토장 타령을 할 것인가.

이가 없으면 잇몸을 빌려서라도 ‘사후약방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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