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지난한 봄 가뭄 속에 논밭도 가슴도 타들어간다.쩍쩍 갈라진 마른 논에 물을 대는 촌로의 살갗은 타들어가는 그의 가슴만큼이나 검게 그을려 있다. 멀리라도 물이 있어 끌어다 쓸 수 있는 논은 그나마 나은 편.

이조차 불가능한 밭은 이미 농사를 포기한 지 오래다. 한 달 전 콩을 심은 밭이지만, 콩은 고사하고 잡초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혹여나 한 모금 물과 함께 빈자리에 서너 알 박아보지만, 이내 비둘기 차지가 돼버린다. 그 놈 날아온 하늘을 쳐다보고 있자니 고향 떠난 자식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해보다 뜨겁고 긴 가뭄으로 우리 농촌이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주말 조용히 찾아간 우리 지역 농촌 마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물을 먹지 못한 감자며 양파는 상품성이 떨어져 내다팔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참깨농사도 반타작 날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평년보다 조금 늦었지만 다행히도 이번 주말부터는 여름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마른장마가 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 농민들은 최소한 예년 수준의 장맛비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살고, 우리 대한민국도 지속가능하다. 농촌은 식량 말고도 도시에 유무형의 자원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화수분이다. 우리가 농촌에 재화를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돌봐야하는 이유다.

선진국 농촌을 살펴보면 영국은 2013년 기준 농촌지역이 국가 총 부가가치와 총 고용에서 각각 16%를 차지하고, 농촌지역 사업체가 전체 사업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3년 이래로 농촌의 소득증가율이 도시를 능가하고 있고, 농촌의 고용증가율도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 농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밝지 못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가소득과 농가호수, 농가인구, 농림업취업자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에는 전체 면의 약 37.7%인 450개면이 인구 2000명 이하일 것으로 보고 있다. WTO나 FTA 파고 속에서도 선진국의 농촌이 농업을 남겨두면서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농촌의 농업 비중을 일정 정도 축소하고 비농업적인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농정개혁을 꼽고 있다. 생산성과 소득 증대 일변도가 아닌 환경보전, 공동체 복원, 지속가능성을 모토로 한 지역주도의 변화였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공동체 복원이다. 농촌 구성원 중에는 농업과 비농업 주체들이 섞여 있다. 이들 간의 협력적인 연계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래야 떠나는 농촌에서 사람이 다시 드는 농촌으로의 변화가 가능하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돕는 것이 정부와 자치단체의 역할이다.

이제 가뭄과 장마가 끝나면 곧 휴가철이 나가온다.

이번 휴가에는 아이들과 함께 농촌봉사활동도 겸할 수 있는 휴가를 계획해보는 어떨까. 우리 구도 농촌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대민활동을 모색 중이다.

농촌은 우리 모두의 핏줄이고 젖줄이자 마음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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