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6〉③ 엄마의 아픈 손가락
가정폭력 기억 생생한 아이
일상생활서 공격적 성향
“어린나이에 감당 힘들어…”

슬라이드뉴스2-러브투게더.jpg
▲ 22일 영준이가 엄마를 도와 빨래를 널고 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때로는 잊어버리는 것만큼 절실한 게 없다.

어머니 김모(45) 씨는 술에 취한 남편에 매일 같이 폭력을 당한 끝에 지난해 이혼했다.

성인 남성의 위협에 매일을 벼랑 끝에 있는 듯 살아왔지만 그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어린 아이가 안고 있는 기억이다. 막내아들인 영준(10·가명)이는 뒷바라지를 못해주는 게 미안할만큼 똑똑한 아이다. 지난해에는 전 과목에서 수를 기록했을정도로 암기력이나 기억력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영준이는 과거 어머니와 자신이 술에 취한 아버지 앞에서 얼마나 무서움에 떨었는지 그때의 공포도 아직 잊지 못한다.

영준이의 형인 영민이는 지적장애를 안고 있어 다행히도 그 기억이 없지만 영준이에게는 하나 같이 생생하기만 하다. 영준이는 “엄마랑 아빠랑 싸우면 큰일 난다. 나 7살때 엄마랑 아빠랑 경찰서에 갔는데 그때 정말 무서웠다. 아빠가 가위로 찌르려고 했을 때 내가 가위를 잡아서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형이 괴롭힌다”며 떨어져사는 아빠에게 이르고 싶기도 하지만 아이가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유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주기에도 부족할 어린 자식에게 어머니 김 씨는 너무 무거운 짐을 준 것만 같아 미안하다.

김모 씨는 “시간이 지나더라도 아이가 그 기억만큼은 잊고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불과 10살, 어린 나이의 영준이는 어깨가 너무 무겁다.

유아기때부터 부모가 없는 시간에 장애가 있는 형을 지켜야 한다는 과도한 책임감에 짓눌려 살아왔다. 스트레스가 큰 탓인지 반항적이고 공격적인 성향도 높아져 극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머리를 벽에 찧고 머리카락을 뽑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김모 씨는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라면서 아이도 자신을 잘 제어하지 못한다”고 했다.

침대도, 책상도 없는 영준이가 갖고 싶은 것은 엄마를 지킬 수 있는 힘이다. 영준이는 “엄마가 저번에 냉장고 혼자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그래서 무거운 거 들때는 내가 도와줄 수 있게 힘도 많이 기르고 싶다. 커서는 엄마 예쁜 옷 많이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30일자 1면에 4편(종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후원계좌=기업은행 035-100410-01-833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재단)

◆후원 문의=042-477-4072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