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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占)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2017년 06월 22일 목요일 제23면     승인시간 : 2017년 06월 21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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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하 수상해서 점(占)을 봤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운수(運數)를 보면 속이 조금은 풀린다. 물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믿기 싫은 건 믿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이니까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기억할 것만 기억하는 것이다. 점쟁이는 필자의 사주팔자를 의기양양하게 풀어놓았다. "10대는 외롭게 보냈고, 20~40세까지는 괴롭게 보냈구먼.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했어. 하지만 말년 운이 좋아. 오십 중반에 대운이 있어. 관운(官運)이 트인다는 말이지. 이때부터는 팔자가 피네그려. 근데 역마살(驛馬煞)이 있구먼.”(중략) 이 대목에서 '옳거니' 싶었다. 살아오는 내내 한곳에 붙박이지 못하고 역(驛)의 말(馬)처럼 계속 떠돌았기 때문이다. 대전서 서울까지, 혹은 대전서 옥천(향수100리)까지 무작정 자전거를 탔는가하면 세종·청주까지 걸어서가기도 했다. 역마살은 직장의 이동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련된 경주마도 처음엔 야생마였다.

▶도화살(桃花煞)을 들어보았는가. 도화는 복숭아꽃(복사꽃)이다. 분홍색이면서 가운데 암술은 빨갛다. 그래서 복숭아꽃은 요염함(섹시)을 말한다. 도화살은 호색 끼와 음란 끼가 다분해 타락하기 쉬운 팔자다. 여자의 얼굴에 홍기가 있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면 도화살 형이다. 사주팔자에 도화살이 있으면 이성이 시도 때도 없이 달라붙는다. 나체(體)도화가 있으면 아무데서나 옷을 훌러덩 벗길 좋아한다. 월장(越牆)도화가 있는 여자는 남자들이 담장을 넘어서라도 그 여인에게 다가올 정도로 흡인력이 강하다. 곤랑(滾浪)도화는 색을 밝히다가 성병에 잘 걸리는 팔자다. 잡아당기고 끌어당기는 힘이 오히려 자기를 망가뜨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도화, 미치도록 사랑한번 해보고 싶으나 너무 치명적이어서 슬픈 역설적 욕망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은 모든 일의 성패는 노력보다는 운(運)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열심히 하는 놈이 머리 좋은 놈 못 이기고, 머리 좋은 놈이 운 좋은 놈 못 이긴다'고 할 때 곁들인다. 결국 운(運)이 7할이고, 재주(노력)가 3할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을까. 그 사람은 ‘거기’까지 가기 위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노력했을 것이다. ‘운’은 단지 보조제다. 때론 쉬지 않고 매진하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끈기도 필요하다. 진정한 프로는 무엇과도 상관없이 징후를 읽고서 남다르게 대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얄팍한 사람은 운을 믿고,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믿는다.

▶새 정부의 탄생은 누가 보더라도 운이 좋았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치른 ‘장미대선’ 덕을 봤다. 잇단 자살골로 풍비박산이 난 박근혜정부,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했던 경쟁자의 자충수, 여기다 5자 구도가 끝까지 유지된 덕분에 사실상 대권을 거저 줍다시피 했다. 하지만 운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운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새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성공하려면 결국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민에 대한 하염없는 조아림, 정적에 대한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곳곳에서 헛발질이 시작되고 있다. 실책이 잦으면 무너진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 될 수도 있다는 고스톱 격언을 허투루 듣지 않길….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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