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시민검증단 검증 후로 무기한 연기… ‘절차 거꾸로’ 비난도
“원안위도 함께해 안정성 증명부터 해야” vs “시민검증단 지켜보자”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누설률 시험 시기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게 나오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당초 예정했던 하나로 누설률 시험을 현재 진행 중인 원자력시설안정성시민검증단의 검증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시민검증단 검증이 아직 초기인만큼 조금 더 검증과정을 지켜본 후에 누설률 시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원안위의 입장이다.

시험을 재개할 뚜렷한 기준은 없어 지난 12일 계획했던 원안위의 누설률 시험은 최소 수개월여 뒤로 무기한 미뤄질 수 있다. 누설률 시험은 사고 상황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게 설계됐는지를 보는 것으로 원자로 안전을 확인하는 필수단계다.

여기서 제한치 이하로 누설률이 측정되면 하나로는 멈춘지 3년여만에 재가동에 법적인 제약이 없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측은 누설률 시험 연기를 받아들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연은 그동안 하나로의 안정성에 자신감을 표해왔던 터인데다 재가동을 위한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갑자기 제동이 걸린 탓이다.

시험 결과와 별개로 시민검증단의 입장을 존중해 재가동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지만 국내 원자력·방사선안전규제기관인 원안위가 누설률 시험을 통해 안정성을 증명해준다면 시민검증단을 설득하고 하나로 재가동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데 한결 더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원자력연 입장에서는 방패 하나를 잃은 셈이다.

원자력연 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어찌됐던 원안위 입장이 정리되는 것에 따라 검증단을 입회시켜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원안위의 누설률 시험 연기에 대해 “선후관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과학계 한 관계자는 “원안위는 법적사항만 확인해주면 되는데다 그동안 민간검증을 기피했던 기조로 볼 때 시민검증단을 이유로 연기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핑계가 아니겠나”라며 “누설률 시험은 검증단 일정과 별개로 원안위가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원안위가 시험 시기를 미룸으로써 시민검증단이 활동하는 데 힘이 실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써 시민검증단을 조직한 상황에서 ‘안전하다’는 자료만 덜컹 나와버리면 제대로 검증도 전에 자칫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검증단원은 “여러 문제점을 검증하는 중으로 가능하면 원안위가 일정을 같이 맞춰서 해야 더 효율적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안위 측은 여러 의혹이 불거졌던만큼 시민검증단이 의혹을 해소하는 데 중요성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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