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성복합터미널 사업 무산에 따른 후폭풍이 여간 심상치 않다. 2013년 사업자 공모 단계에서부터 공모지침과는 달리 석연찮은 특혜시비로 소송에 휘말려 사업 지연을 초래했고, 여기에 롯데컨소시엄의 무책임한 행태까지 겹쳤다. 대전도시공사와 대전시의 무사안일주의와 무능에다 쉬쉬 행정 등에 매몰된 엉터리 행정의 대표 사례라고 할만하다.

이 사업은 여객터미널은 물론 BRT 환승센터, 행복주택, 유성보건소 이전 등과 결부된 대전북부권 교통허브를 견인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다. 그런 만큼 지역사회의 지대한 관심 속에 사업이 정상 추진되는 줄로만 알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발계획이 승인되고, 보상계획 공람·공고와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마치고 올 하반기 착공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8차례 이행 촉구 공문을 롯데 측에 보내고 대책회의를 2회 했다고 해서 도시공사측의 모든 책임이 끝나는 게 아니다. 컨소시엄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KB증권이 탈퇴하면서 문제가 표면적으로 불거졌다. 소송 지연으로 인한 지가 상승, 금리 인상 등 사업성 악화가 깔려 있다. 여러 정황상 롯데 측의 사업추진 의지가 없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상실감에 휩싸인 시민으로선, 또 한 차례 도시공사-롯데 간에 볼썽사나운 법정 공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도시공사가 롯데 측의 귀책사유로 사업이 무산돼 협약을 해지한 만큼 이행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롯데 측이 이에 반발, 반환소송을 벌일 태세다. 롯데 측은 2014년 1월 우선협상대상자 협약이행보증금(50억 4000만원)을 납부한 바 있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다시 경쟁 입찰해야 하는 손실 부담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 측은 후순위협상대상자로부터 소송을 당한 결과 사업 일정 지연으로 인한 땅값 상승 등의 사업성 악화를 가져온 도시공사 측의 책임을 묻고 있다. 원인제공자가 누구인가로 축약되고 있다.

민간투자 사업의 경우 투명하고도 적법한 행정 절차가 필수적이다. 2014년 1월 당시 대전시가 '명백한 공모지침 위반'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그 여파는 오늘의 사태에까지 미치고 있다. 무조건 사업 재추진에 나서겠다고 다짐만 할 일이 아니다.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안도 빠질 수 없다. 지방행정의 수준, 더 나아가서는 대전시장의 리더십과 연관된 문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