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대전시의회 의장
[수요광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말이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그렇다. 돈으로도 못 살 청춘이기에 당장의 고난과 역경도 두렵지 않았고, 고생 끝에 보람을 담보할 수 있었던 과거에 그 말은 분명 참[眞]이었다. 과연 지금도 그럴까. 'N포세대', '니트족', '캥거루족'이 청년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지금은 좀 어려울 듯싶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쉰 청년층(15세~29세)이 36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노오오오력'을 해봐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이 급증한 탓이다. 당장 취업조차 어려운 불안한 상황에서는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낼 수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청년문제를 언제까지고 그들 개인의 역량문제로 돌리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전가이며 직무유기이다.

사실상 청년문제는 도미노처럼 전 사회에 파장을 미친다. 결혼적령기 청년들의 결혼포기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 구성에 영향을 미친다. 전국의 1인 가구 비중은 520만 명에 육박했다. 결혼포기는 출산율에도 직격탄이다. 신생아 출생률은 2분기 연속 마지노선이던 10만 명 선이 무너졌고, 합계출산율도 0.29명에 그쳤다. 아이는 줄고 노인인구는 급증하는 초고령화사회에서 2040년이면 청년 100명이 노인 57명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청년층에게 부양의 굴레까지 씌워지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있다. 취업이 늦어지면서 독립할 나이가 되도 주거 문제 등을 이유로 부모에 얹혀사는 청년층이 늘면서 부모의 부담감도 늘었다. 이같은'캥거루족'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어서 복지국가의 표본인 북유럽의 스웨던 등에서도 최근 캥거루족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이유 역시 청년 실업과 부동산 비용 상승 등에 따른 주거확보의 어려움이 꼽힌다. 독립하지 못한 당사자들의 마음도 편치 않겠지만, 장성한 자녀까지 부양해야 하는 부모세대의 현실적인 부담감과 이로 인한 노후준비의 차질 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를 위해 스웨덴 정부는 캥거루족을 위한 세금 인하 등 구제정책을 펴고 있다. 

더 이상 '젊어 고생'이 청춘의 특권이 아닌 지금,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회 전체가 구원투수로 나서야 한다. 악순환의 늪에 빠진 청년을 위한 최소한의 지푸라기라도 마련돼야 한다. 대전시가 청년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추진 중인'청년주택임차보증금 제도'는 그런 맥락에서 환영할 만하다. 결혼을 꿈꾸지만 밑천이 열악한 초년생에게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들에게도 청년주택임차보증금 지원제도는 가뭄 끝의 단비가 돼 줄 것이다.

거기에 내달부터는'청년취업희망카드'도 지원될 것이다. 서울, 성남, 경기, 광주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행중인 청년수당은 경제문제를 겪는 청년 미취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편이다. 우리시의 경우 월30만원씩 최대6개월간, 6천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고, 적어도 그 시간동안 청년들은 돈의 부담감에서 놓여나 자신의 꿈을 위해 좀 더 시간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은 젊은 도시이다. 152만 인구의 30퍼센트가 청년이다. 지금의 청년수난이 그들이 게을러서도, 무능해서도, 또 눈이 높아서도 아님을 시대가 이미 공감하고 있다. 우리 시의회에서도 지난해 '청년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청년지원과 정책마련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일자리가 생겨나던 시절은 지났지만, 지금의 경제난국을 풀어갈 모든 노력들은 각계 각 층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지금의 이 구조적 악순환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질 것이다. 그 전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청년들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함께 방법을 찾아가면서, 그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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