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명연기·양념 안 친 속전속결 전개로 호응…4회 4.2%

간결하고 빠르다. 양념은 안 쳤고, 대신 뒤통수를 친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미세한 표정 변화, 상황 변화를 놓치기 십상이다. 덕분에 1시간이 넘는 방송이 5분처럼 훅 지나간다.

tvN 주말극 '비밀의 숲'이 입소문과 함께 예열 중이다. 지난 18일 4회의 평균 시청률은 4.2%(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순간 최고 시청률은 5%를 찍었다.

이미 주인공 조승우의 명연기에 대해서는 뜨거운 반응이 터져 나왔고, 범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청자는 몸이 달아올랐다.

◇ 역시 스토리가 힘…미사여구 없이 질주

사전제작을 통해 완성된 '비밀의 숲'은 제작진의 손을 떠난 활시위다. 시청자 반응에 휘둘릴 여지가 없다. 추울 때 촬영해 지난 4월에 모든 공정이 끝났다.

때 이른 무더위에 극중 인물의 두꺼운 의상이 답답할 수도 있다. 추운 겨울 촬영했다가 지난해 7~9월에 방송된 '함부로 애틋하게'는 "더워 죽겠는데 목도리를 칭칭 감고 나와 짜증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비밀의 숲'에는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딴지'를 걸 새 없이 질주하고, 시비를 걸 빈틈을 노출하지 않는 흥미로운 스토리 덕분이다.

검찰과 경찰의 스폰서였던 한 사업가의 살해 사건, 살인 누명을 쓰고 잡힌 절도범의 자살 사건에서 시작한 드라마는 한겨울 차가운 공기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다. 여러 경우의 수를 열어놓았으나 이렇다 할 설명은 박하다. 범인의 꼬리가 잡힐 것 같은 순간 드라마는 뒤통수를 친다. 미사여구 없이 질주하는데 시청자가 빨려 들어간다.

제작진은 20일 "이수연 작가가 자료 조사를 굉장히 많이 했다. 실제로 검사 출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소재를 굉장히 촘촘히 잘 써줬고, 묘사들이 굉장히 현실감이 높으면서도 긴장감 또한 놓치지 않는다"고 자평했다.

이어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이라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 이 드라마에서는 앞으로 사건이 점차 범인의 의도도, 행방도 알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며 "모두가 동기를 가진 용의자로, 누가 범인인지 주인공과 함께 추적해 나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무미건조한' 조승우, 화면을 뜨겁게 장악하다

4회까지 극을 예열시키는 데는 주인공 황시목 검사를 연기하는 조승우의 공이 지대했다.

과거 뇌수술을 받고 감정을 잃어버린 것으로 설정된 황시목은 어떤 상황이 와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희로애락을 잃어버린 황시목은 시종 무미건조하다. 그런데 그런 조승우의 연기를 보는 시청자는 '달뜨게' 된다.

무미건조함, 냉정함, 차가움을 연기하는 조승우의 연기는 카펫 위에 떨어지는 클립 소리도 집어낼 듯 섬세하다. 배우의 연기가 표정과 목소리의 변화에 상당 부분을 기대는 것을 생각하면, 그런 것을 배제한 채 연기를 하면서도 매 상황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조승우의 모습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TV드라마에 널린 수많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과는 전혀 결이 다른,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 같은 그의 연기는 반대로 시청자를 찌릿 감전시킨다. 그의 연기가 냉정할수록 시청자의 반응은 열정적으로 변하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작진은 "조승우 씨의 훌륭한 연기력 덕분에 첫방송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까다롭고 힘든 주문이었을 텐데 조승우 씨가 완벽하게 황시목으로 변신해 훌륭하게 소화해냈다"고 극찬했다.

이어 "연기에 대한 몰입도가 훌륭해서 조승우 씨가 아니었다면 감정이 없는 검사 황시목을 과연 누가 표현해냈을까 싶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황시목의 감정을 '거세'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황시목은 개인의 욕심에 흔들림 없이 진실을 추구하는 검사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에서 황시목 캐릭터가 다른 작품의 검사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 배두나 분량 아쉬워…일부 상황 전달 불분명하기도

다만, 배두나의 분량이 지금까지는 너무 적었던 것이 아쉬움을 전해준다.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은 차치하고라도, 연기력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배두나가 여주인공임에도 4회까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배두나는 극중 경찰대 출신 열혈 형사 한여진을 맡았다.

제작진은 "한여진은 앞으로 극이 전개될수록 사건의 중심에 있는 황시목과 공조해나가면서 황시목이 조금씩 믿고 신뢰하는 수사 파트너 같은 존재가 된다"고 귀띔했다.

제작진은 "한여진은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많이 보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따뜻한 심성을 유지한다. 그런 점에서 감정을 잃어버린 검사 황시목과 대비되면서도 황시목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완벽한 파트너"라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인 톤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일부 인물의 대사와 상황이 불분명하게 전달되는 것도 아쉬움이다. 빠른 전개 속에서 데시벨을 낮춘 비밀스러운 대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포커페이스 미팅이 이어지면서 일부 대사와 상황이 모호하게 스쳐 지나가 버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진은 "대본과 연기가 너무 좋아 오히려 과도한 연출이 극을 방해하지 않게 흐름을 따라가면서 더욱 리얼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며 "탄탄한 서사와 연기자의 명연기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잘 담아내는 게 제작진의 가장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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