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디쾨터 '인민 3부작' 중 '문화 대혁명' 출간

▲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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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오쩌둥 어록[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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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청산 대신 마오쩌둥주의를 묻어버린 '문화대혁명'

프랑크 디쾨터 '인민 3부작' 중 '문화 대혁명'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 중국 전 국가주석은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을 닮고 싶어했다. 스탈린 사후 권력을 잡은 니키타 흐루쇼프가 스탈린을 비판하며 비(非) 스탈린화 움직임이 등장하자 자신도 스탈린처럼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던 와중에 1958년부터 1961년 마오가 야심 차게 벌였던 대약진 운동이 처참한 실패로 끝나면서 마오에 대한 지지는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1962년 류사오치(劉少奇)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수천 명의 당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대약진 운동으로 발생한 기근을 '인재'(人災)로 규정했다. 위협을 느낀 마오는 자신의 위상 회복을 위해 정적 제거를 꾀한다. 중국 문화대혁명(문혁)은 이렇게 싹트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원한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문혁은 공산주의 이론에서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넘어갈 때 혁명이 필요했다면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로 넘어갈 때도 부르주아의 잔재를 해소할 혁명이 필요했고 마오는 이를 '문혁'으로 불렀다.


네덜란드 태생의 역사학자 프랭크 디쾨터의 신간 '문화 대혁명'은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1962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에 혼란과 공포를 불러왔던 문혁을 재구성한다.

책은 문혁의 공식적인 시작을 1966년 6월1일로 설명한다. 이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모든 괴물과 악마를 척결하라!'는 제목의 글에서 '반동적인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동자를 속이고 기만하고 무력하게 만들려는 부르주아 앞잡이들을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처음 앞장섰던 것은 학생들이었다. 당의 고위 권력자들을 숙청하려 했던 마오는 당 내부세력 대신 당 외부의 급진적인 학생들에게 눈을 돌렸다. 학생들은 쉽게 외부의 영향을 받았고 조종하기 쉬웠으며 싸우고 싶어 했다. 마오로부터 '저항은 정당한 행위'라는 격려를 받은 학생들은 '홍위병'이란 이름으로 학교에서 교사와 관리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부추겼던 마오는 이제 일반시민에게 당 지도자들을 공격하도록 했다. 홍위병들의 세력 다툼 속에 극도의 혼란이 계속되자 마오쩌둥은 1968년 혁명이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홍위병의 '붉은 시대'가 막을 내리자 '암흑 시대'가 시작됐다.

당과 중앙정부를 장악한 '당혁명위원회'는 '대오정화운동'이란 이름 아래 반역자와 변절자, 스파이 색출에 나섰다. 홍위병으로 권력을 휘둘렀던 학생들은 혁명의 중추인 농민들과 직접 만나 재교육을 받으라는 명목으로 농촌으로 보내졌다. 제대군인, 매춘부, 극빈자 등도 재교육 명목으로 농촌으로 가야 했다. 본격적인 숙청의 시작이었다. 거의 모든 행동과 발언이 잠재적인 범죄행위로 간주됐고 왕년의 지도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적과의 연결고리라는 의심을 받으며 서로를 감시했다. 계속된 공산주의 숙청의 역사 속에서도 이런 대규모 숙청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다루기 쉬운 인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디쾨터는 분석한다.

절정으로 치닫던 문혁은 마오의 공식 후계자로 인식됐던 측근 린뱌오(林彪)가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끝을 향해 나아간다. 지친 사람들은 이제 표면상으로만 복종했을 뿐 당에 대한 신뢰는 남아있지 않았다. 농민들은 몰래 공장을 운영하고 암시장을 열었으며 공동재산을 나누고 토지를 분배했다. 사실상 계획경제가 무너진 것이다.

1976년 마오쩌둥이 사망했을 당시에도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았다. 책은 '숨이 막힐 정도로 충격을 받거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전혀 없었고 단지 안도감만이 존재했다.','충격을 받은 듯했지만 슬퍼하는 기색은 없었다'는 사람들의 증언을 전한다.

책은 마오쩌둥이 문혁을 통해 부르주아의 잔재를 없애고 공산주의를 굳건히 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문혁은) 부르주아의 잔재와 싸우는 대신 계획경제를 뒤엎고 공산당 이념을 도려냈다"면서 "요컨대 마오쩌둥주의를 묻었다"고 말한다.

권력 다툼과 정치적 이해로 빚어진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희생자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책은 문혁에서도 문화적 유린, 비난과 허위자백, 투쟁 대회, 박해 운동 등으로 어떻게 수백만 인민들의 삶이 파괴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자가 중국 근현대사를 정리한 '인민 3부작' 중 마지막 책이다. 앞서 1945년부터 1957년까지 국공내전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다룬 '해방의 비극'과 1958∼1962년 '대약진 운동'의 실상을 살핀 '마오의 대기근'이 출간됐다. 열린책들. 고기탁 옮김. 600쪽. 2만5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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