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日 위주 판매" 방침…카카오는 국내서만 시판

▲ [네이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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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 네이버와 카카오가 국내에서 벌일 것으로 예측됐던 '인공지능(AI) 스피커' 맞대결이 불발될 공산이 커졌다.

네이버가 AI 스피커 사업을 메신저 자회사 라인이 있는 일본 시장 위주로 벌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20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라인은 자사 AI 서비스 '클로바'가 적용된 AI 스피커인 '웨이브'를 올가을 일본에서 1만5천엔(약 15만2천원)에 판매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한국 출시 계획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AI 스피커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태라 현지 시장 선점에 힘쓸 계획"이라며 "일단은 일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웨이브의 국내 발매와 관련해서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IT 업계에서는 설령 한국에 출시돼도 소극적 마케팅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이에 비해 카카오는 올해 3분기께 한국어 대화형 인터페이스(조작체계)에 특화한 AI 스피커를 발매할 예정이다. 당장 AI 스피커를 국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 없어 네이버와는 마케팅 중점 지역이 엇갈린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랫동안 경쟁력을 쌓은 한국어 인식 기술과 멜론 등 카카오 산하 서비스와의 연계가 제품의 최대 장점인 만큼 일단 한국에 출시하고 반응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일본 위주의 사업 방침으로 돌아선 것에는 한국 AI 스피커 시장이 과열됐다는 지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SK텔레콤과 KT가 AI 스피커를 내놓고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어 후속 진출의 실익이 아주 크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네이버가 3대 이통사 중 유일하게 AI 스피커를 출시하지 않은 LG유플러스와 제휴해 웨이브를 유통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네이버·LG유플러스 모두 이 추측을 부인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양대 포털이지만 '검색'(네이버)과 '콘텐츠'(카카오)로 주력 분야가 명확히 나뉘어 최근 수년 사이 같은 영역에서 전면전을 벌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작년부터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AI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선언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양대 포털의 'AI 대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분분했다.

AI 전쟁의 다른 '전선'으로는 AI 음성비서 앱(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이 꼽히지만 이조차도 다소 김이 빠졌다.

지난달 네이버가 '네이버-클로바' 앱을 선보이며 첫 포문을 열었지만 올 7월 유사한 앱을 내놓기로 한 카카오가 출시 계획을 연기한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개별 AI 비서 앱을 내놓을지, AI를 다른 앱에 녹여 넣을지를 두고 내부 추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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