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충주에서 한 인터넷 가입자가 수리기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경남 양산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15층 아파트에서 밧줄에 의지해 외벽 도색 작업을 하던 작업자의 밧줄을 끊어 숨지게 한 황당한 범죄가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선량한 시민 2명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다.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다.

가해자의 '묻지마식' 범죄에 단란한 가정은 일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사건은 지난 16일 오전에 발생했다. 50대 남성이 자신의 원룸에서 50대의 인터넷 수리기사를 흉기로 살해한 것이다. 가해자는 수리기사가 자신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시비를 걸고 분에 못 이겨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앞서 양산에서는 아파트 외벽 작업자가 켠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밧줄을 잘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순간적 분노를 참지 못하고 '욱'해서 벌인 범죄의 대가는 너무 참혹했다. 피해자는 모두 성실한 가장이자 근로자였다. 어쩌면 피해자들이야말로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 싶다. 어떤 연유로 분노가 쌓였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요청을 받고 방문한 인터넷 수리기사를 이렇게 무참히 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벽작업자가 의지하는 밧줄은 유일한 생명줄이다. 이 줄을 끊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분노범죄의 수위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어 걱정이다. 경찰청의 '2015 통계연보'를 보면, 상해나 폭행 등 폭력범죄 37만2000건 중 우발적 범죄 또는 현실 불만관련 범죄가 14만8000건으로 41.3%를 차지하고 있다. 살인이나 살인미수 범죄 건수 975건 중 우발적이거나 현실불만이 원인인 범죄도 403건으로 역시 비중이 높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이미 도가 넘어섰다.

누적된 불만과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 분출하면서 극단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과제가 남는다. 부지불식간에 발생하는 분노조절장애 범죄의 예방책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고 개인의 문제로만 방치할 게 아니라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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