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ETRI 미디어연구본부 선임연구원
[젊은 과학포럼]

뉴욕의 타임스퀘어, 라스베가스의 더스트립, 도쿄의 시부야 그리고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가 유명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거리를 수놓은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옥외광고물법의 이유로 디지털 사이니지를 불법 시설물로 분류해 왔다.

지난해 7월이 돼서야 디지털광고물의 적용을 포함하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발효돼 한국형 타임스퀘어를 꿈꾸며 관련 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본 시행령은 디지털 사이니지의 설치가 자유로워졌을 뿐 아직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기존 디지털 사이니지는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Digital Information Display)를 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해 정보, 엔터테인먼트, 광고 등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의미했다. 하지만, 현재의 디지털 사이니지는 다양한 최신 ICT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사이니지로 진화 중이다. 스마트 사이니지는 각종 카메라, 센서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사용자를 식별하고 성별, 나이, 감정, 운동 상황 그리고 건강상태 등을 분석해서 개인 맞춤형 광고 및 전시, 의료 안내 그리고 환자 상태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한 스크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사용자 또는 스크린의 움직임에 맞춰서 동적으로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고 사용자의 이동에도 콘텐츠가 스크린을 이동하며 연속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광역의 스크린들을 연동해 공공 정보 전달 및 재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의 디지털 사이니지는 사용자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수집한 개인 및 상황 정보를 기반으로 스크린들이 협업해 광고 효율을 높이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즉 평소에는 광고, 전시 그리고 안내 등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되다가 미세먼지, 민방위, 지진 그리고 화재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경보를 발령하고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안전한 대피로를 안내해주는 사회 기반시설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의 디지털 사이니지 서비스에 필요한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그리고 디스플레이 장치 및 센서 등의 자원은 사업자마다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사용자 정보를 공유해서 광역의 스크린들이 협업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만들거나 사회 기반시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이슈로는 공공장소에서 수집되는 개인 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며, 개인정보 기반으로 공공장소에 표출되는 콘텐츠의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더 많은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점점 더 다양하고 민감한 사용자 정보들이 수집되고 분석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사전 고민이 필요하다.

2020년까지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연평균 13%씩 성장하며 3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동법 시행령 마련으로 우리는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디지털 사이니지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술 진화 방향에 따라 사업자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거나 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을 고려해 관련 법률 및 제도들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충분한 행정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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