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은 어떻게 미국 정치를 장악했나… 신간 '다크 머니'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지난해 2월 한 연설에서 무제한적인 '다크 머니'가 평범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그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정치에 실망한 나머지) 투표하지 않는 길을 택함으로써 권리를 포기한다"면서 미국인들의 정치 불신 현상을 우려했다.

오바마가 말한 '다크 머니'는 미국 재계의 큰손들이 여러 비영리 단체들과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 기부하는 정치자금을 의미한다. 금액 제한이 없고 익명으로 낼 수 있어 출처를 알 수 없다. 대개 돈을 받는 단체들은 지지 후보가 정해져 있어 사실상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원하는 데 쓰이는 돈이다.

미국 뉴요커의 탐사전문기자 제인 메이어는 신간 '다크 머니'(책담 펴냄)에서 다크 머니와 미국 정계의 커넥션을 파헤치며 미국인들의 정치 불신 뒤에 다크 머니가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다크 머니의 중심에 코크 형제가 있다고 본다. 찰스 코크와 데이비드 코크 형제는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비료, 곡물, 화학 물질 등을 취급하는 비상장회사 코크 인더스트리의 최고경영자와 부사장이다. 두 사람의 자산은 약 800억 달러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의 자산 750억달러보다 많다.

책은 자유지상주의자인 코크 형제가 자신들의 막대한 부를 이용해 미국 정치를 막후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생 데이비드가 1980년 자유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쓴잔을 마신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들은 이후 직접 정치에 나서기보다는 돈을 이용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코크 형제는 이후 보수 성향의 싱크 탱크를 지원해 자신들의 이념을 뒷받침하는 논리를 만들어내고 전파하기 시작했다. 또 행정기관 등은 자신들의 이념에 따르는 정치가들로 채우기 시작했다. 코크 형제뿐 아니라 이들과 생각을 같이하는 또다른 억만장자들도 다크 머니가 정착하는데 힘을 보탰다.

책은 이런 노력이 수십년간 꾸준히 이어진 결과 미국 행정부와 각 기관에 이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다크 머니가 미국 정계에서 제도적으로 정착했다고 진단한다.

책은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2016년의 주목할 만한 책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진하 옮김. 700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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