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투게더] 
6. (2) 엄마의 아픈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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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영민이가 집 안에서 팽이 돌리기를 하면서 놀고 있다. 홍서윤 기자
자그마한 집 안, 아이가 하는 놀이는 오로지 팽이 돌리기뿐이다. 어머니 김 씨가 큰 아이 영민이(13·가명)의 장애를 안 것은 아이 나이 4살 때쯤이었다. 어느 날 어린이집 원장이 “조금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 같다”는 말을 건네면서 치료를 권유한 것이다.

영민이는 1초도 앉아있으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이리저리 움직였으며 방바닥이나 벽에 머리를 수시로 박았다.

먹는 것도 조절이 안돼 어느 때는 아무리 말려도 끊임없이 먹었고 또 어느 때는 일체 입에 대지 않았다. 뒤늦게 심각성을 느낀 어머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고 검사 결과 영민이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즉 ADHD를 동반한 지적장애 2급이었다. 김 씨는 “그냥 다르다고만 생각했었고 검사를 받고서야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민이는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 밖에 나가 놀고 싶어 늘 현관문을 쳐다보는 아이지만 어머니는 혹시라도 밖에 나가 ‘해코지를 당할까’ 우려돼 아이를 방에 붙잡아둔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언젠가는 동네 아이들한테 맞고 온 적도 있어 답답해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어머니는 어찌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려 아르바이트를 나가고 있어 영민이를 제대로 챙겨주기도 어렵다.

영민이에게는 3살 차이 나는 동생, 영준이가 있기는 하지만 “매일 때리는 형이 밉다”며 영준이는 잠시라도 형 곁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민이는 늘 혼자 방 안에서 팽이를 돌린다. 김 씨는 “아무래도 큰 애는 장애가 있다보니 계속 동생을 때리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을 보고 자라온 작은 애도 분노를 쉽게 조절하지 못해 둘은 매 시간 싸운다. 두 형제라도 서로 지켜주면서 잘 지내면 좋을텐데 매일 같이 싸우는 애들을 보면서 가슴에 멍이 든다”고 했다.

영민이의 꿈은 소방관이다.

텔레비전을 켜도 아이가 보는 것은 늘 소방관이 사람들을 구조하는 장면이다. 남들보다 느린 시계를 안고 살아가는 영민이지만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마음만큼은 어느샌가 훌쩍 자랐다. 김 씨는 “영민이에게 커서 뭐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늘 아픈 사람들을 구해주고 싶다고 얘기한다”며 “몸은 아프지만 마음이 참 따뜻하고 착한 아이다. 아이가 이 따뜻한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커 가기만을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23일자 1면에 3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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