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광림한의원 원장

초기 감기에 유자·생강차 효과

조선시대의 대유(大儒)인 퇴계 이황 선생이 쓴 활인심방(活人心方)에는 차를 옳게 마시는 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대저 차라는 것은 언제나 많이 먹어서는 안되니 사람으로 하여금 하초(下焦)를 허약하게 만들고 차게 만든다. 오직 밥을 많이 먹은 후에 한두 잔 마시는 것은 무방하니 이는 능히 차가 소화력을 높이는 작용이 있는 까닭이다. 공복에는 마땅히 차를 금해야 한다."

원래 차란 중국에서 시작한 것으로 중국의 전설에 의하면 기원전 2700년 경에 어느 현인이 차나무 가지를 꺾어서 불을 피워 물을 끓이다가 실수로 그 잎이 끓는 물 속에 들어갔는데 현인이 그 물을 마셔 보고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것을 느낀 뒤로 세상에 이 방법이 전해졌다고 한다. 또 중국에 차를 전파한 사람은 승려인데 그들은 수업 중에 졸게 되면 차를 마셔서 잠을 쫓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에는 차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각 사람의 기호에 따라 여러 가지 약물이나 식품을 차처럼 달여서 마시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원래의 차와 마시는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머리를 맑게 해 기억력이 좋아지고 피로감을 없애며, 우울한 기분을 좋게 만들고 잠이 오지 않게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마시는 것이다. 아울러 식후에 입냄새를 없애 주고 소화를 증진시키는 데 이 차를 활용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는 몸이 아픈 경우에도 이 차를 활용할 수가 있는데 그다지 심하지 않은 감기와 같은 질환이나 장기간에 걸친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분들이 독한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원기가 이를 받쳐 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이 차를 활용하기도 한다.

보통 초기 감기에는 유자차나 생강차를 많이 먹는데 기침이 심하며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에는 유자차가 좋고, 으실으실 춥고 재채기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생강차가 좋다. 그 기준은 인체의 기운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판단해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인데, 유자차의 경우는 인체의 기운이 밖으로 넘쳐나려 하는 경우로 넘치는 기운을 유자의 신맛으로 꽉 잡아 주려는 의도가 있다. 반면에 생강차는 초기 감기기운에 의해 인체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아서 몸이 차게 되는 경우를 생강의 따뜻한 성질을 이용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면서 몸을 덥히게 되면 약간의 땀과 함께 감기기운이 밖으로 빠져나가게 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자신의 몸상태에 맞춰 적절하게 알맞은 차를 마시게 된다면 이 또한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된다.

하지만 활인심방에서 경고했듯이 지나치게 차에만 의존하는 생활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말은 고금의 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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