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충청도에는 '냅 둬유~ 개나 주게유~'라는 말이 있다. '냅 둬유~는 귀찮으니 그냥 두라'는 이야기다. 청주의 지인들이 들려준 얘기다. 지방 사투리지만 구수한 의미의 풍자가 새롭다. 사실 우리의 말이란 것이 듣기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어 잘 새겨들어야 할 때가 많다. 관공서의 민원실에는 많은 요청과 부탁들이 들어온다. 이럴 경우에 '예, 긍정적으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될 때가 있다.

긍정적인 말이라서 돌아서는 사람은 '잘 되겠구나' 라고 생각하기 일쑤다. 자세히 보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정중한 거절'에 해당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면전에서 '안 됩니다'라고 말해주고 박절하게 돌려보내기가 어려워 예의상 하는 말이다. 어쩌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냅 둬유~'의 진정한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여기에는 부정의 의미를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숨어있음을 감지할 수가 있다. 필자가 문화재단에 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적으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표현을 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본다. '냅 둬유~'가 '이제 방법은 제가 찾겠습니다'라는 의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가? 라고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경남 지역에서는 충청도에서 흔히 쓰는 '냅 둬유'처럼 '그거 뭐시라꼬~"가 있다. '그까짓 것이 뭐라고 고민 하냐?'라는 뜻으로 쓰인다. 듣기에 따라 속 시원하고 화통한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현대는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이다. 그냥 놔둬서도 안 되는 시대이고 그렇다고 정당한 소통 없이 너무 쉽게 일방통행해서도 안 된다.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공직자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그거 뭐시라꼬~'라는 앞뒤 안 가리고 진행하다가는 일이 틀어지고 망신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냅 둬유~'라고 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빨리지나간다. 국민이나 시민이나 기다리는 것에 이제 지쳐있다.

필자가 청주로 와서 거처를 정할 때의 일이다. 청주에도 신도시가 몇 군데 있으며, 전망이 좋은 산과 강이 보이는 곳도 많이 돌아다녀 보았다. 그러다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조심해서 들어가야 하는 좁은 골목에 방을 얻어 살지만 필자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나오면 대학생들이 넘쳐나는 젊음의 거리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원도심이라 불리는 1층짜리 건물이 줄지어 있고 아직도 양철지붕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1960~1970년대의 소박함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늘도 '냅 둬유~'라는 생각으로 사는지 '그거 뭐시라꼬~'라는 생각으로 사는지 내 앞에 놓인 산적된 업무를 바라보며 늘 고민이다. 86만 청주시민들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지, 아직 청주에 문화재단이 있기나 하는지를 몇 명이나 알고 있는지, 통합 청주시가 익어가는 이 시점에 깊이 생각해본다.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이제 두어 달 앞으로 다가왔다. 재단의 전 직원들과 협력사들이 혼신을 다해 밤낮없이 뛰어야 할 시기다. '전문가 평가단'이라도 구성해 철저한 검증도 받아야 한다. 모든 시민의 국제행사가 되고 지역문화예술인들에게는 청주에 사는 것이 커다란 자부심이 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의 차원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내는 국제행사가 되도록 소통에 소통을 더해야만 한다. 2015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청주의 꿈이 또다시 이뤄지도록 모두가 노력할 때이다. 이번에는 '냅 둬유~'가 아니라 '그거 뭐시라꼬~'하면서 꼭 관람해 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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