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보약이 정말 있나요?", "보약은 무슨 작용을 하는지요?", "보약은 정말 효과가 있습니까?"

이상은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환자들을 진료함에 있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서양의학과 달리 동양의학에서 '약'(藥)이 차지하는 위치는 가히 절대적이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의 '약'(한약)은 치료제의 의미를 넘어 만병통치, 강장제 등 무조건 몸에 좋은 '보약'(補藥)으로까지 이해되고 있다. 이는 예전부터 내려온 잘못된 한방 상식과 민간요법, 전설이나 신화 등이 합쳐져 '보약'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보약이란 물질대사를 왕성하게 하고 생체의 반응성을 높임으로써 그 기능을 바로잡는 것과 함께 신체의 영양을 좋게 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약을 말한다.

보약은 일반적으로 몸의 어떤 한 개 장기나 조직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반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쳐 많은 질병들에 대한 치료적 작용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보약이 인체의 각 장기조직들에 직접 영양을 공급해 주는 일반 성분뿐 아니라 여러 질병들에 대한 치료작용을 하는 특수 성분도 들어 있기 때문이다. 즉 보약은 단지 몸을 튼튼하게 할 목적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병을 고치는 약, 즉 치료약으로도 많이 쓰인다.

이러한 보약의 생리적 작용과 효능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이 연구된 바, 지금까지 밝혀진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진대사 기능을 조절한다.
둘째, 면역기능을 조절한다.
셋째,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넷째, 부신피질의 기능을 증진시킨다.
다섯째, 인체내 해독기능을 증가시킨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보약은 단순한 대증치료 약물(藥物)이 아니며, 인체의 항상성(恒常性)을 높여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병인들을 극복하고, 내부 환경의 평형상태를 회복함으로써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증강시키며 이상적인 건강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약물요법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보약을 의사의 정확한 진찰과 상담 없이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이라고 복용,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인삼, 녹용 등은 보약제로 귀중한 약제이지만 함부로 사용하면 보(補)해야 할 장기나 허점을 보호해 주지 못하고 오히려 음양의 조화를 파괴, 질병을 발생케 하는 등 '보약'에 대한 오용과 남용이 만연돼 있다.

또 보약은 봄, 가을에만 먹고 여름이나 겨울에는 먹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으로 계절에 따라 쓰이는 보약이 다를 뿐이고 반드시 복용하기에 좋은 계절이란 없다. 한방에서는 인체(人體)를 소천지(小天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복용하는 약물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일반적으로 보약 복용시 주의할 점은 소화나 흡수기능이 좋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보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화·흡수기능을 도와 주는 약과 함께 보약을 먹거나 소화기 치료를 먼저 하고 나중에 보약을 먹어야 한다. 돼지고기, 닭고기, 밀가루, 녹두 등은 보약 복용시 금해야 하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소화가 더디거나 약물의 흡수를 저해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을 모두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즉, 한약재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서 주의해야 할 음식이 각기 조금씩 다르게 된다.

감기 같은 급성 감염성 질환이 있을 때에는 보약을 잘못 먹으면 질병이 악화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질병에 대한 치료제와 함께 원기를 도와 주는 약을 같이 써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건강에 필요한 것은 '보약'이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이다.

값비싼 보약을 먹기 전에 자신을 돌아 보자.

늦게 자는 버릇이 있다면 일찍 잠들도록 하고, 식사습관이 불규칙하다면 정해진 시간에 먹도록 하자. 또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무 종목이나 운동을 하자.

<도움말 주신분 : 조충식 대전대한방병원 신계내과 교수, 김상범 명화당한의원 원장>

전문가 600자 고언

김상범 원장

"한의학은 대체적으로 병이 발병된 후에 그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발병 전 예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의학적 의미를 강조해 보약을 더욱 중요시한다. 즉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음식, 운동 및 정신적 수양 등을 기후의 변동에 따라 조절, 사전에 질병발생을 예방하는 방법을 중요시 하거나 섭생법을 강조해 병들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모든 예방의학적 차원의 방법이며 보약을 복용하게 되는 이론적 배경인 것이다."

조충식 교수

"일부에서는 한약(보약 포함)을 복용하면 간이 나빠진다든지, 간염이나 간경변 같은 간질환이 있을 때 한약을 먹으면 큰일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간질환에 한약을 쓰는 것은 오히려 다른 어떠한 치료방법보다도 간기능을 빨리 회복시켜 주는 우수한 효과가 있다. 실제로 한약을 투여해서 간염이나 간경화 등을 치료해서 높은 치료효과를 거두고 있으므로, 전문가인 한의사의 자세한 진찰을 받은 후에 증상과 체질에 맞춰 지은 한약을 복용한다면 절대로 간이 나빠질 염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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